頓悟는 시작의 門- 5

“頓悟의 씨앗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씨앗 타령보다 복밭에 집중해야

<법보신문 컬럼/2004-04-28/753호>

Q : 혼돈의 시대, 마음공부는 꼭 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때로는 깜깜하기만 합니다. 참선수행에도 발전의 단계가 있는지요? 만약, 발전의 단계가 있다면 돈오(頓悟)는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A : 분별없는 눈, 심안으로 보면 지금 여기 이 자리가 바로 극락정토입니다. 삼라만상이 불(佛)아닌 것이 없습니다. 생사고뇌가 없는 극락은 스스로 만드는 세계입니다. 수행과 삶은 둘 아니며, 살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발전의 계단이며 지혜의 바탕입니다. 돈오는 완성이 아니라 성품의 씨앗이 발아되는 순간입니다. 돈오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천년 법당을 떠받치는 거목은 뿌리를 내릴 인연터를 잘 만났듯이 참 인연 없는 돈오는 용(龍)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무기가 됩니다.

Q : ‘돈오는 성품의 씨앗이 발아하는 첫 단계이고, 그 새싹은 시절과 어우러져 거목 또는 잡목으로 성장해간다’는 말씀은 자연의 이치와 정확하게 부합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돈오를 위한 성품의 씨앗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요?

A : 견성(見性)은 누구로부터가 아니라 그의 다생간의 공력이 시절인연을 맞이한 것입니다. 성품을 보는데 하나든 둘이든 일습(一襲)과는 아무 상관없지만 시기적절한 때와 장소의 뒷받침은 반드시 요구됩니다. 이런저런 견성방법을 모색하기 이전에 부처의 마음인 무심(無心)은 참다운 인간행의 결실임을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척박한 마음 토양을 가진 사람을 천제(闡提)라고 합니다. 성품의 씨앗을 묻을 복 밭은 안중에 두지 않고 씨앗 타령만 하는 사람 또한 그 천제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부처 씨앗은 사계에 상관없이 파종할 수 있으며, 그 수는 낙동강 모래알보다 더 많습니다. 자성의 씨앗을 돋아나지 못하게 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걷어치우는 일은 내팽겨 쳐놓고, 8만4천 문자거울만 하늘 높이 쳐들고 다닌들 부처될 씨앗을 어디에 묻겠습니까. 성품을 보려면 문전옥답부터 소중히 해야 합니다.

Q : 요즘 저를 비롯한 많은 수행자들이 건강한 육신으로 흔들리지 않는 사고를 정립하고자 하나 그 방편 문이 너무나 각양각색이라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콩나물을 시루에서 뽑기는 쉬워도 다시 집어넣기는 어렵다” 수행의 방편으로 실상관법을 말씀하셨는데 그 구체적 방법이 궁금합니다.

A : 수행의 본질은 만물을 포용하는 대양 같은 마음과 물같이 유순한 성품이 되는데 있습니다. 대양의 물은 결코 고요하지 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태산을 집어삼킬 듯 거친 파도가 되기도 하고, 달그림자 껴안은 고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물의 본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벽면서생 같은 깨달음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미래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콩나물을 뽑았으면 볶든 삶든 해치울 일이지 무엇 때문에 그 좁은 시루에 다시 집어넣을 궁리를 합니까.
“牛谷의 실상관법은 진인(眞人)의 법(法) 인고로 납자는 그릇을 내 놓아라!”
　

의견보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