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가을, 아직은 변덕스러운 날씨..
급하게 소용돌이치는 기류가 비를 뿌렸다가 다시 개었다.

코스모스 한들
꽃 위에 왕잠자리 앉았다.
뜨거운 여름을 찢던 매미의 울음이 그리울라나?
그놈 그 계절의 주인공 되려고 허물을 수도 없이 벗었을 텐데 딱딱하게 굳어진 목숨 떠난 물질..얼어붙은 영혼.

사람들이 바쁘다.
시간은 본래 없는데 종반으로 치닫는 한해살이가 마음을 바쁘게 하는 것이다.
며칠 있으면 민족의 대명절인 중추절이고 또 조금 있으면 찬바람이 불겠지

문명이 인간에게 춥고 덥고 아프고 괴로운 요소들을 많이 제거해 주어  많은 사람들이 공포를 잊은 채 평생을 살아가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
모든 존재는 죽음을 맞는다.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탄생이 얼마나 괴로운지, 삶이 얼마나 아픈지..
게다가 이 몸뚱아리는 물이 되고 흙이 되고 불이되고 바람이 되어 흩어지는 것..
그렇게 죽고 태어나는 과정 속에서 생겨진 자아의식,
죽음에 대한 두려움.

문명은 사람들을 자연계에서 마치 별개의 존재인줄 생각케 하지만 인간이야 말로 자연의 집합체.
인과 연이 씨줄날줄로 얽혀서 존재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존재.
우주의 시작과 함께 한 영원의 신비. 하지만 달콤한 것이 아니니..존재는 항상 아프다.

서녘이 붉게 물든다.
물러나는 구름이 물들어 울긋불긋..자지러지는 공포가 되살아나는 육보시의 기억.
태양은 웅장하지만 그 근본자리. 빛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 고통은 영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