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호수에 눈 씻기

파아란 하늘호수에 작은 조각구름 바람이 불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밀려나고 밀려난 자리 만큼 더 깊은 파랑색..<천상천하유아독존>을 머리로 이해하고 삶에서 실재하지 못하여 애끓임도 부질없는 行이다.

하늘호수는 이렇듯 가슴을 울립니다.
매일 하는 죽음연습, 눈씻기.
바가지 안에 담긴 하늘호수에 얼굴 담기..

“어머, 얼굴이 너어무~ 좋아보여요, 요즘 돈 잘 버시나봐요? 피부맛사지를 받으시나? 아님..매일매일 뭐 바르는거 있으세요? 뭐에요, 혼자만 좋은거 쓰지 마시고 좀 풀어놔 봐요”

이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얼굴 좋아 보인다고 ‘비결’을 알려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래서 마지못해
“이건 알려줘도 하기가 매우 힘든거에요. 이거 매일 규칙적으로 할 수 있으면 얼굴만 좋아지는게 아니라 팔자가 바뀔껍니다.”라고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그 사람은 딱 한 번 시도해 보고는 다시는 할 엄두를 못내는 것입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마치 물속에서 뭐가 잡아당기는 것같이..암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서움증이..”
“그럴겁니다. 충분히 이해 합니다.”

겨우 한바가지의 물이 그렇듯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거, 그렇듯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는 거..참 희안하기도 하지.
돌이켜보면 그 두려움의 정체는 다생간에 쌓이고 쌓인 업장인데 이 업장을 목도하고 이것을 걷어 맑고 고요한 참 나에 이르는 길.

멀고도 험난한 길.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 특별한 행복..

나는 전생에 물고기 였습니다.
나는 전생에 창공을 날으는 새였습니다.
나는 전생에 들판에서 풀을 뜯는 초식동물이었고 또한 떼 지어 사냥하는 이리였습니다.
나는 알록달록 예쁜 도마뱀이었고 여름을 뒤흔들던 매미였고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나무였고 흙이었고 바람이었고 저기 저 맑은 하늘의 조각구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과 들판과 물은 낯선 공간이 아니지요.
오히려 아주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 열달 동안이나 엄마 뱃속에서 물에 둘러싸인채 있었던걸요. 죽음과 태어남의 순간이 너무 공포스러워 삶에서의 모든 기억을 다 잊어버리고 부정하지만 한바가지의 물, 한바가지의 하늘 속에 얼굴을 담그면 만나집니다.

들숨과 날숨
한 호흡 사이에
존재하는 영원과 만나는 거지요.

들숨과 날숨
한 호흡 사이에..

그런데 사람들은 한 호흡 사이에 존재하는 영원을 알지 못합니다.
한번 뿐인 삶인데 어찌 그리 편하게 남에게 맡길 수 있을까.
두려움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꿈꾸는 삶이 그렇게도 즐거운가.

“어떡하면 그리 좋은 얼굴 유지할 수 있어요? 비결 좀 알려 주세요”
“하늘호수에 물어 보세요^^”
오늘도 나는 한바가지 하늘호수를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