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국!>

여기는 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흥가

오늘 아침 날씨는 풍성한 가을날에 못 얻어먹은 핫바지처럼 잔뜩 찌푸려 져있다. 아침 6시면 눈을 뜬다. 물론 아들 것(SK) 갖고 온 전화기의 모닝콜이 한시도 에누리 없이 지친 나를 깨운다. 대충 씻고 가끔은 택시(기본5원:한화1,000원)도 타지만 30분정도 걷고 뛰고 현장에 들러 체크를 한다.

이곳에 머문지도 근 3달이 되어간다. 아파트 단지 내 샘플하우스를 시작한지가 벌써 1달 열흘이 지났지만 어찌나 느려 터졌던지.
그리고 올해엔 유난히도 장마비가 많이 내린 탓에 건축공정이 벌써 2달째 지연되고 있다. 이상한 일은 아무도 이렇게 공사가 늦어도 깝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처음 한달은 너무나도 속앓이를 했다.
평생에 작업공사가 지연된 적은 30년동안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확실히 중국이다. 광활한 대륙과 북적이는 인구들, 그리고 요즈음 도시 내에서 자동차는 얼마나 많은지. 또한 이곳은 아직도 주차장 법이 없다. 주차법이란, 주택이든 상가든 건축 허가시에는 꼭 주차장 면적을 확보 해야만 건축허가가 나는 것이 아니더냐. 그러나 이곳 연길시는 아직도 그런 건축법이 적용치 않기 때문에 시내를 돌려 치면 차도든 인도든 온통 자동차가 판을 친다. 교통신호는 형식일 뿐 오히려 나처럼 파란불을 믿고 보행하다가는 사고가 나기 일쑤다. 그렇잖아도 아직도 한 쪽눈은 삐뚤어져 있고 사물은 여러 개로 보인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길 걷는 것이 가장 힘들다.

10차로에 보행신호가 18초에서 20초 정도니 나만 뛰어 다닌다.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보행신호지만 다들 신기하리만치 그것도 나처럼 뛰는 사람없이 건너 다닌다. 노약자나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말이다. 심지어는 호텔같은 상업 건축물도 주차장이 따로 없다. 그저 방문객이 알아서 다녀야 한다.
나같이 어떻게 해서라도 아파트 샘플하우스를 조금 빨리 개장을 해야만 샘플을 토대로 주문을 받고 본격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작업을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가는지... 처음엔 변까지 새카맣게 변했다.
한국의 기적같은 빨리빨리는 이곳에는 통하지를 않는다. 너무 잣대처럼 빈틈없던 이 마음이 이렇게 하다가는 갑상성 스트레스병이 재발할 것 같아서 그저 밤이면 염주를 책상위에 놓고 우곡선원의 일상발원문을 낭독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아니 정진조차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동안 고국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은 그저 배부른 신세타령일 뿐이다.

벌써 이곳 이억만리 중국에서 생활한지가 1년이 되어간다. 물론 지난겨울 그리고 올 봄에는 한국에 있었다. 그리고 제주도 한라산 만행도 다녀왔다. 작년 1차 중국 산동성 연태, 위해시의 6개월간의 나의 첫 해외진출은 아직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엄청났다. 현지 법인설립에 따른 비용이나 심지어는 호텔에서 한밤중에 도둑까지 당하고 땡전 한푼 없어서야, 몸서리친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아직도 매일 밤이면 방문 앞에 티테이블이나 데스크를 받치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 그날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던지. 그래도 대한민국 육군 하사 출신이 아닌가. 그러나 늦은 밤이면 항시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이만큼이라도 존재하는 것은 오직 우곡선원의 선사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따라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동안 겪고 온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한 것 같다. 벌써 집에 있는 가정은 엉망진창 일 것 같다. 2년 가까이 생활비를 줘 본적이 없다. 고3인 딸아이도 그렇고, 시찌부 재용이도 그렇다. 자식! 그래도 청소년 참선교육으로 선원에 몇 번 들리더니 또 가겠다고 하던 놈을 안내할 형편이 안되었던 것이다. 평생을 가정에 애들만 돌보던 집사람이 작년 10월경부터 직장을 다니고 있다.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작년 위해에서 혼이 나고 한국으로 철수를 한 이 몸이 올해 또다시 이렇게 연길시에서 자리하는 것도 한국에서는 어떤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눈이라도 멀쩡했으면 건설쪽으로 브로커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아니 그냥 오다맨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 나이에 이것저것 모두 접고, 결국은 중국 땅에서 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겨울 다행히도 벼락같이 배운 오토캐드(설계)가 지금은 코비의 쓰리디(가상현실:동영상)까지 할 정도이니 틈틈이 이곳 건설회사 상대로 설계 납품을 하고 있다. 밤12시도 좋다. 휴일도 없다. 소변볼 여유도 없지 않던가 늦게 배운일이라 속도가 늦으니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어제 비로써 원풀이를 했다. 중국돈으로 처음 약간의 돈을 수금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집사람에게 일부 보내고 그동안 먹고 자고 밀린값 갚고, 처음으로 한국의 묘향거사에게 아침 전화를 했다. 사실 어떤 일이 있어도 중국 위안화 몇푼 벌지 못하면 지인들에게 연락 안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애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원을 풀었으니 오늘아침은 너무도 기분좋은 시간인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한국에도 다녀 올 것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나도 어느덧 만만디가 되어 가고 있다. 기다림. 기다림.

그렇다. 모든 것이 지나가면 다 이루어 질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밀린 선원 회비도 일부 갚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달 후면 샘플하우스도 완성이 된다. 또한 꾸준히 여기 있는 중국인과 교분도 쌓아 왔다. 물론 그동안 선배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이들과 동요되어 가끔은 사업적으로 낮술을 마셔야 하는 내 눈에 대하여 항상 미안해하며 며칠 후면 그리운 나의 지인들을 만나볼 것이다.

아! 창밖에 날씨가 갑자기 밝아온다. 오늘은 구름이 걷히는가 싶다.

법사님. 그리고 거사님들 연락 못 드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인터넷도 보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나무 관세음보살 !!!!!

2009 . 7 . 29 . 9시 10분

자원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