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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나 직장 또는 살면서 발길 머무는 그 곳에서, 그때마다 만나는 인연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고 최고의 공덕이며 지혜였음을 그때는 몰랐다. 항상 내가 만들어낸 구름에 가려져 작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행복의 반대말이 무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공허함’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행복은 공허함이 빠진 일상이었고 받아들이고 나누며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것이 그렇게도 원했던 행복의 실체였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하여 어떤 일에 부딪히면 긴장하거나 들뜨면서 ‘깜빡’ 정신 줄을 놓을 때도 있고, 어느 때는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잠깐의 편안함이 좋아서 놓지 못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 고맙게도 다시 돌아오면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조용히 긴 날숨을 쉬었다. 그렇게 천천히 숨을 내쉬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 졌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옛 말처럼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열고 천천히 날숨을 쉬면 가슴을 옥죄었던 긴장, 의심, 분노가 없어지거나 견딜만해 졌다. 그러면 생각할 여유도 생기며, 사는 것이 조금씩 편해 졌다.
요즈음은 조금만 답답해도 날숨 쉬기를 한다. 날숨 쉬고 잔잔해진 마음자리에 붉은 해를 갖다 놓을 때도 있다. 그러면 저 밑에서부터 훈훈한 온기가 온 몸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지며 차츰 건강도 좋아졌다. 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반복한 날숨 쉬기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고 나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 전에도 분명 숨은 쉬고 살았는데 말이다.
제주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의 밤바다는 얌전했다. 부산을 향해 미끄러지듯 달리는 배(船) 위에서 바라본 부산은 그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내 집과 직장이 있는 저 곳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예상하지 못하고,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온갖 일이 일어나서 고달프다고만 생각했던 이 세상은 알고 보니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날숨 쉰 자리의 세상에서 만난 사람은 참고 견디면서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갈팡질팡 하지만 않으면 나도 그들처럼 아름다운 사람임을 이제는 알겠다. 조금만 방심하면 어디선가 뭉게뭉게 나타나는 얄미운 구름쯤은 날숨 한방으로 가볍게 날려 버리며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한 세상, 신명나게 한 판 살다 여한 없이 갈 것이다.
1033호 [2010년 0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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