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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환해지면서 따스한 햇살 따라 사라지는 안개 너머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저 만치 우뚝 서있는 백록담,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도 궁금하던 끝이 보이지 않게 드넓은 산죽밭이 커다란 사진처럼 드러났다.
“아!”
“와!”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 겨울이나 다름없는 차가움 속에서도 원래 가졌던 푸르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바람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경쾌한 산죽의 몸짓과 그 몸짓이 빚어내는 담백한 향기, 맑고 파란 하늘, 헌헌장부 같은 백록담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 멋진 풍광에 감탄하다가 도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코끝을 스치는 상큼한 바람이 아까워 가슴을 활짝 열고 힘껏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 쉬었다.
박하사탕을 먹은 듯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참 아름답고 고마운 늦가을 정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시 가슴을 열고 숨을 길고 천천히 내 쉬었다. 눈물이 났다. 하늘을, 산을, 나무를 고마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깨달음은 찰나에 즉(卽)하는 것이다.’
분명 우리말인데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고, 평범한 단어의 나열임에도 긴 여운을 주는 신선함과 아찔함에 이끌려 뭣도 모르고 따라나선 것이 내 수행의 시작이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도 힘들어 헉헉거리던 남루한 근기라 감히 깨달음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땀을 뻘뻘 쏟아내고 숨이 목에 차도록 헐떡이며 오르다가 다다르는 저 높은 곳 어디쯤, 가기만 가면 걱정이나 고민도 없고, 어른들 말씀을 빌리자면 등 따시고 배부르고, 무조건 행복만이 가득한 곳, 그 때 나의 깨달음은 저 멀리 있어서 선뜻 갈 마음도 내지 못하고 그저 가슴 속에만 담고 있었던 무지개 빛 그리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게 한참 어긋나 있었고, 너무 많이 부족해 해와 달처럼 뚜렷하고 분명한 깨달음의 실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를 하면 처음에는 희망에 부풀어 기분이 좋았는데 그 결과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下편에서 계속>
(공덕행)
1032호 [2010년 0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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