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수행의 현장 - (사)우곡선원│
참선은 수행과 삶이 하나가 되도록
한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선(禪)은 일상이다." 선지식들이
중생들에게 늘 일러주는 말씀이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네 일상이 깨달음을 위한 여여한 장임을 몸소 느끼고 혜안이 열리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사단법인 우곡(牛谷)선원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참선교육프로그램으로 선의 일상화,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재가수행단체로 알려져 있다. 선 = 일상임을 어떻게 깨우치고 있는지 체험해 보았다.
7시 반에 시작하는 월요정기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7시쯤 양재역 근처에 있는 우곡선원에 도착했다. 이미 우곡선원에는 여러 회원들이 두런두런
앉아 차담을 나누며 법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도 늦은 감이 있지만 차담에 끼여들었고 선의 과학화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잠깐 엿볼
수 있었다. 이윽고 법회가 시작되었다. 우선 보명(普明) 거사의 지도 아래 선기공을 15여 분 수련하면서 몸을 풀었다. 선기공을 하면서
특이한 것은 날숨을 유난히 길게 하는 회원들의 모습이었다. 따로 보명 거사님께 여쭈었더니 들숨은 의식을 두지 않아도 가슴을 펴면 자연 들어오게
되므로 우곡선원에서 강조하는 "놓고 비우고 버리는" 과정으로 날숨을 천천히 관한다고 한다. 우곡 선기공은 날숨으로 시작해서 날숨을 끝으로 동작을
마무리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삼귀의례, 한글 반야심경, 일상(日常)발원문, 무상게 독송 후 입정(入正)에 들었다. 이어
원명(圓明) 법사가 『유마경』 「보살행품」강좌를 이끌어 나갔다. 우곡선원에서는 인천(人天)의 스승을 양성할 목적에서 자체 지도자 프로그램 과정을
마련하고 법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초심자들을 위한 경전강의를 법사들이 지도하고 있었다. 일정 부분 독경하고 난 후 의문점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보살과 부처의 의미, 소승과 대승의 차의점, 보살해탈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선정(禪定)이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의문점이 교류되었다. 『유마경』 강좌가 마무리되고 우곡 거사(우곡선원 선원장)는 『유마경』 강좌에서 제기되었던 의문점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집어주며 설법을 이끌어 나갔다. "선정이란 속세상을 떠나는 것,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몸과 마음을 관조할 수 있는
즐거움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선정은 희비애락이 있는 시작과 끝이 있는 생멸이 있는 사바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육신의 괴로움, 마음의 괴로움, 불합리한 상태에서 오는 괴로움을 지옥으로 봤을 때 선정에 들어간 상태에서는 그 괴로움 지옥 고가 여실히 드러나서
그로부터 끄달림을 당하지 않습니다. 이 지옥을 이해해야 중생의 고통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이 바로 자비입니다. 이것을 확대해야 결국
이 사바세상, 물질세상, 상대세상으로부터 자꾸만 초월이 되어서 초인이 되는 것입니다. 초월의 깊이가 더해가는 것이 바로 선정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깨달음은 현실과 유리되어 저 편에서 구하는 것이 아님을 우곡 거사는 재차 강조했다. 이밖에도 돈오돈수 돈오점수에 관한
물음, 부처님 재세시 환경과는 다른 현대에서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 것인가 등에 관한 문답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고 월요 정기법회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회향을 했다. 서울선원을 방문하신 우곡선원 서곡 홍성윤 이사님(부산선원에서 정진 중)이 지적한대로 규범화, 의식화되지 않는
자유로운 수행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우곡선원의 특징은 108배 정진, 포행 및 선기공, 좌선실수, 선원 활성화 토의로
진행된 토요 용맹정진 시간에 더욱 각인이 되었다. 특히 선원 활성화 토의에서 각자의 수행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초심자들이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선풍을 만들어 갈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선원에서 3년 반 동안 정진하고 있는 길상심 보살님의 수행담은 유난히
기자의 귀를 기울이게 했다. 수행하기 전에는 합병증과 비만에 시달리는 등 몸과 마음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는데 먼저 하심(下心)하는 마음을
세우고 인욕을 발휘하여 정진한 결과 지금은 몸과 마음이 상당히 맑아짐을 몸소 체험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직장에서 일하는 태도도 바뀌어 아이들의
인성을 키워주는 교사 본분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 중이라 한다.
"기존의 불가 혹은 정신단체에서는 구복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상당히 왜곡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아주 현대적인 논리로 풀어내고 기존 종교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자기를 몰아칠 수 있는 동기를 자꾸 만들어 주기 위해
연구하고 실증하고 있습니다." 우곡선원에서의 참선의 과학화, 체계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우곡 거사의 답변이다.
우곡선원에서는 곧바로 마음과 일상이 하나되는 삶, 수행이 곧 삶이 되는 보편적인 방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재가수행자들에게
꾸준히 수행일기를 쓰도록 권장하고 함께 공유하며,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격의 없는 문답 등의 선풍이 우곡선원에서 말하는 참선의 과학화로 나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그제서야 간파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이 참된 진리에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겠는가?
우곡선원에서는 그 답을 참선(參禪)에서 구하고 있다. 우곡 거사는 "참선은 운명의 재창조이다."라고 강조한다. 정말 참선을 통해 본래 '나'로
재창조되는 것일까. 그것은 얼마만큼의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무심하였느냐, 몸과 마음을 비우고 수행하였느냐에 따라 결과는
각자에게 주어질 것이다.
서울, 부산선원을 두고 있는 우곡선원(www.zenkorea.org)에서는 국제교육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2001년 4월부터 5차에 걸쳐 30개국
200여 명의 외국인 학생에게 참선교육을 지도한 바 있으며 올해도 상·하반기에 각 1회씩 시행할 준비를 앞두고 있다. 또한 교육 직무연수,
청소년 참선교육, 초심자 참선교육 과정을 두고 있으며 법회(매주), 용맹정진(매주), 만행정진(매월)을 시행하고 있다. 우곡선원에서는
『불설관무량수경(佛說觀無量壽經)』을 바탕으로 한 연기하는 존재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하여 무심을 유지하는 심신수행법으로
실상관법(實像觀法)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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