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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운명 - 50
<주간컬럼/2005-05-29>
Q :
인간의 운명은 결정된 것입니까? 만약 운명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면 행 · 불행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불운을 만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습니까? 이 몸이 죽고 다시 태어나야 만이 지금의 운명에서 새로운 운명으로 바뀌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내생에는 더 좋은 운명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까?
A :
인간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숙명(宿命)은 전생업과에 따라 이 생명을 받은 천명(天命)이기에 자신의 의지가 작동될 수 없지만 지금의 팔자이자 운명(運命)은 자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합니다. 숙명은 필연이고 불변이지만 운명은 작위이고 가변적이기에 스스로 개조하고 창조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삶의 척도는 자신의 마음자세와 행에 따라 행 · 불행이 판가름 되듯 운명 또한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따라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몸이 곧 법당이듯 심신을 잘 가꾸고 다스리지 않으면 운명의 재창조도 불가능합니다. 현생은 내생의 거울입니다. 현생을 탐욕에 찌든 속물중생으로 살면서 내생에 좋은 운명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라고 불도를 닦는다면 접고 빈대떡이나 부쳐 먹는 것이 더 이롭습니다.
불도는 살아서 미리 저승과보를 치루는 것이기에 이생의 그 어떤 가치로부터도 저촉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여열반은 무섭고 괴로운 사생육도를 거듭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살아서 미리 받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어야하는 일이 두렵고 불행은 괴롭고, 잠시 잠깐의 행복조차 깨어질까봐 초조와 불안이 떠나지 않는 이 사바세상을 집착하는 것만큼 큰 어리석음은 없습니다. 마음이 빈곤할수록 사리사욕과 구원에 얽매이고 언제 어디서나 분별시비 하느라 운명의 전환점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이 업보중생입니다. 불교 가르침은 끈끈한 속진세상 욕망에서 벗어나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비법이며 영원한 자유, 해탈의 삶으로 인도하는 등불입니다. 자성(自性)을 보면 세상만유가 있는 그대로 성스러워 분별시비가 끊어지고 전생 업(業)이 어쩌지 못하는 자유자재한 운명의 소유자가 되기에 애써 불도를 걷는 것입니다.
명명경(明冥經)에 의하면 석가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파세나디왕이 찾아와 이렇게 묻습니다. "부처님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 바라문이 죽으면 다시 바라문으로 태어나고, 귀족이 죽으면 다시 귀족으로 태어나는 것입니까?" 대왕의 질문은 '사람의 운명이란 한번 정해지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입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씀하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사람의 운명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인생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고 그것은 다시 네 갈래의 길을 만들어 갑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 그것입니다. 인생에서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데는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어떤 사람이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나 빈궁하고 하천하게 살면서 말과 행동으로 악업을 지어 다시 비천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그는 피로써 피를 씻고, 악으로써 악을 갚으며, 뒷간에서 뒷간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이와는 달리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어둠 속에서도 몸과 말과 생각으로 선업을 닦아 훌륭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그는 땅에서 평상으로 올라서고, 다시 평상에서 코끼리에 올라타는 것처럼 날이면 날마다 밝음으로 상승의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몸과 말과 생각이 올바르지 못해 악업을 지음으로써 그 과보로 비천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높은 누각에서 코끼리 등으로 내려앉으며, 평상으로, 다음에는 땅위에 그리고 마침내는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항상 몸과 말과 생각으로 선업을 지음으로써 더욱 훌륭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아름다운 누각에서 나와 더 아름다운 누각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법을 자세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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