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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혜능과 멸죄- 44
<주간컬럼/2005-03-06>
Q :
혜능대사께서 멸죄(滅罪)에 대하여 말씀하기를 “어리석은 사람은 복을 구하고 도는 닦지 않으면서 복 닦음이 곧 도라고 말한다. 보시공양의 복은 끝이 없으나 마음 속 삼업은 원래대로 남아 있다. 복을 닦아 죄를 없애고자 하지만 다음 세상에 복은 얻으나 죄는 그대로 남아있다. 마음속에서 죄의 반연을 없앨 줄 안다면 저마다 자기 성품 속의 참된 참회니라. 대승의 참된 참회를 깨치면 삿됨을 없애고 바름을 행하여 죄가 없어진다. 중~략. 힘써 도를 닦아 유유히 지내지 말라. 어느덧 헛되이 한세상 끝나리니 만약 대승의 단박 깨치는 법을 만났거든 정성들여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구하라.”는 가르침을 담은 육조단경이 조계종의 수행종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과연 이 가르침을 실천하는지 조계종의 종조인 육조혜능대사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A :
사바중생이 고뇌하는 죄업(罪業)은 누구에게 빌어 사하는 것이 아니라 죄(罪)는 자성(自性)이 없기에 깨우침으로 분별상이 떨어지면 그대로 멸죄(滅罪)입니다. 마치 밝은 햇살 앞에 어둠이 얼씬거릴 수 없듯 각성하여 무심지혜가 드러나면 죄업이 어쩌지 못하는 법인데 복을 구하는 불도로 어느 세월에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겠느냐는 경책입니다. 혜능대사가 개오할 서기 600년대 당시에도 불교수행상이 엉망진창이었다는 것을 단경을 통하여 엿볼 수 있습니다.
깨달음은 불교경전을 잘 이해하는 지적능력이 아니듯 정법 또한 특정한 모습과 많은 무리에 소속된 것이 아닙니다. 불교종단에 상관없이 확철대오로 무심도리를 체득한 사람이 석가부처님의 법손이며 적자로서 불교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중생이 부처를 알지 못하듯 종교가 구복과 영혼장사판으로 변질된 이 말법시에는 석가부처님의 해탈진리는 강 건너 아득한 등불입니다. 한국의 불교종단은 대다수 옛 중국 조사들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무리들의 결집체로써 그것은 석가부처님이 이 사바세계에 왔다간 인연이 멀어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옛 중국 조사들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우리가 정통 불교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어불성설입니다. 해탈의 법은 무늬가 아니라 깨우침을 증득한 사람의 여법한 인간불사 보살행으로 석가부처님의 무심법이 계승됩니다. 지난 불교역사가 말해주듯 불교시대의 획을 긋는 인물은 삭발승려가 아니었습니다. 불교의 시조인 석가부처님은 당연히 삭발승려가 아니었으며 무슨 종단 소속도 아닙니다. 6조 혜능대사와 동시대 인물로서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였던 신라의 원효대사는 일체유심조의 이치를 터득한 경계 이후 중노릇을 걷어치웠고 임진왜란 당시 창칼을 들고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선 서산대사는 재가자인 장로 숭인 문하로 출가한 사람입니다.
부처는 불교가 아니라 무심도인의 마음입니다. 불도가 집단생업 수단으로 변질된 종단은 세력이 아무리 많아도 사이비 단체일 뿐입니다. 오늘날 조계종단의 시조이자 단경을 저술한 혜능대사 역시 출가한 삭발승려가 아니었습니다. 혜능대사는 절집에서 방아를 찧어주며 잠시 더부살이하던 24살의 떠꺼머리 문맹자였지만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을 꿰뚫어 박식한 신수상좌 몰래 5조 홍인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업보로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홍인대사로부터 의발을 전수받은 것을 시샘한 뭇 중들의 살해위협을 피해 17년간 사냥꾼으로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전생습기가 소멸되고 심신이 달관되어 정각을 이루어낸 이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선가의 역사입니다. 조계문중의 종조 혜능대사의 일대기를 잘 성찰하면 불조의 정맥이 어떻게 이어지고 법을 전수받아 증득할 것인지 그림이 핏빛처럼 선명한데도 잿밥에 눈이 멀어 참뜻을 아는 자가 전무합니다.
달마로부터 시작된 중국 선가의 역사가 말해주듯 6조 혜능대사가 승려의 신분이 아닌 것은 자명하며, 그에게서 법을 구하려고 승려와 도교인, 관료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조계산에 모여든 것이 조계종단의 시발점인데 지금은 과연 어떤지,, 전혀 색다른 풍조로 명(命)이 전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혜능대사가 조계산에서 설법할 때 샴푸하기 번거로워 스스로 머리털을 깎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오늘날 같은 중노릇은 아마 업어 주어도 안할 것임은 거의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법은 차제하고 죄업(罪業)을 앞세워 불자들을 협박하며 영혼장사에 복(福) 구하는 것을 도(道)라고 헛소리하는 문중에 동참할 각자(覺者)는 혜능대사 이전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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