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과 복덕- 31

 


<주간컬럼/2004-11-14>

Q : 살면서 뜻하지 않는 난관에 부닥칠 때면 악운을 떠올릴 때가 많습니다. 한평생을 순탄하게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일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꿈과 희망을 짓밟는 장애를 불교에서는 “마장(魔障)이다. 업(業)이다”라고 말하는데 마(魔)는 어디서 온 것이며, 어떻게 하면 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A : 마(魔)는 업(業)의 과보입니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인데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시방에 그림자를 드리운 업보로 괴로운 魔를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불사원력이 염원의 불꽃이 되어야만 내 인생의 꿈을 앗아가는 마장도 날뛰지 못하거니와 지혜가 번뜩이는 참선수행의 정점에 도달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佛事功德 없이 중생의 숙업과 함께하는 호사다마를 피할 수 없고 경계를 초월하는 한 차원 높은 지혜의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정글법칙이 난무하는 사바세상을 모두 수용하고 조화를 이루는 無心智慧 앞에는 그 어떤 마장도 날뛰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불사원력을 내 삶의 목적 앞에 둔다는 것은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실천으로써 이런 대 원력 앞에는 그 어떤 마장도 항거할 수 없으며,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공덕이 되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백년 인간사라지만 지난세월은 선잠속의 한 토막 꿈같고, 얽히고설킨 인생유전은 아침 햇살아래 놓인 새벽이슬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탐이 깃든 중생상으로 세운 것은 반드시 척을 만들고 업이 되기 때문에 마장은 작은 행복조차 수수방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내 일생에 기필코 불사를 이루겠다는 대원을 삶의 최우선에 두고 부와 명예 권세를 쌓는 다면 그것은 사사로움이 아니라 부처님사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방편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마장이 따라붙지 못합니다. 감히 부처님 뜻을 그르칠 마장은 그 어디에도 없듯 개인적인 꿈과 염원을 부처님 뜻인 불사원력 뒤에 두어도 손해볼일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불보살의 영험을 맹신하고 기대하다 결국 공망에 빠지거나 의심하고 부정하는 업만 키웁니다. 불사원력은 상상속의 동화이거나 죽은 말과 글로 나날을 지새우는 구불타령이 아닙니다.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써 이상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바로 최선의 불사원력이며 실사구시일 것입니다. 생사고를 초월하는 비법은 오직 무심지혜에 있듯이 불사공적에 비례하여 지혜의 불꽃이 피어나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지혜 앞에는 마장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위없는 삶의 지혜일 것입니다.

Q : 벌은 꿀을 따기 위해 이 꽃 저 꽃을 분주히 날지만 벌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그 역할은 꽃가루를 이곳저곳에 퍼뜨려 식물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벌과 같이 열심히 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깨우침의 공덕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산 속에서 깨달음을 얻겠다는 수행자들과 신의 착실한 종이 되겠다는 이들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A : 깨달음은 부지불식간이지만 과정은 처절한 인고의 세월이 점철됩니다. 벌처럼 열심히 살면서 달리 공덕과 깨달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삼매이고 깨달음이지 다른 깨달음이 무엇 때문에 필요할까요. 무슨 위치나 역할을 하기 위하여 깨달음을 원한다면 삼겁을 닦아도 헛수고입니다. 도통은 시간과 공간을 그르치지 않고 주어진 현실과 딱딱 들어맞는 기민함을 말합니다. 온 몸과 마음으로 계정혜 삼학을 실천하면 꽃가루를 퍼트리는 벌의 공덕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산에 사는 사람의 팔자가 더 좋아 보인다면 한참을 닦아야 합니다. 사회를 등진다는 것은 시대적 당위성을 수용할 수 없는 근기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도가 산속에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보편적인 인간사를 도외시한 수행은 사심이며 상이기에 낱낱이 마왕에게 들킵니다. 지극함이 곧 지고한 道이며 보편적인 일상에서 부대낌이 없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마음입니다. 神은 높낮이에 상관없이 몸 없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몸 없는 중생인 神의 종이 되겠다는 것은 아직 佛緣이 멀기 때문입니다. 육경이 닫혀 神을 흠모하는 하열한 근기의 시대적 역할은 그저 불쌍한 중생으로 남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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