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불교와 중흥- 27

 


<주간컬럼/2004-10-17>

Q : 요즘 불교가 타 종교보다 사회적 위상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역사가 오래인 불교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도대체 깨달은 사람이 있기는 합니까? 이러다 불교가 소멸되는 것은 아닌지 대단히 염려스럽습니다.

A : 지금을 말법시대라고 말합니다. 진리를 깨달은 스승이 없고 불교를 제대로 알고 공부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머리카락의 길이에 따라 승속을 나누고 영혼장사에 점치고 복비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불교는 당연히 혹세무민의 온상일 수밖에 없어 사회적 위상을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더구나 재가불자를 추종자인 신도라 부르며 산중기생 하인쯤으로 여기는 절집의 막행막식은 백해무익하고 닦을수록 더 어두워 열등계층으로 전락하기 마련입니다. 구원과 기복에 빠진 하열한 불자들도 문제이지만 썩은 무늬에 영합하여 허우적거리는 군상들은 현대지성인들이 비불자임을 자부하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신비나 이적, 구원을 추구하는 비현실적이고 소비적인 종교가 아니라 지극한 현실이 곧 극락임을 자각시키는 覺者를 통하여 불교의 근본종지와 정체성이 확립되어지는 과학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근본불교 정신에 입각한 법력은 오간데 없고 처처에 크고 작은 부처장사꾼들이 판세를 치는 시대가 지금같은 말세의 표상입니다. 이 땅에 진정한 깨우침이 무엇인지 제대로 체험하여 증득한 인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나마 “신라의 원효뿐이다”라고 할 것입니다. 대의를 위하여 자신을 던질 줄 모르는 소인배에게 깨달음은 그림의 떡입니다. 해탈경지는 목숨마저 내던지는 용기에 기반을 두거늘 사리사욕과 상대분별에 능한 문중에 覺者는 돌장승이 아기 낳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불교는 거두절미하고 선각자의 삶과 인생에 나를 비추어 생각과 행동을 가다듬어 보살정신을 실천하는데 있습니다. 경전의 의미가 그렇듯 이타행으로서 만이 해탈지혜의 힘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웅장하고 호사스런 절집에 인걸 없는 것은 불문가지이지만 자칫 부처님사업이 거덜날것 같아 온갖 음해와 시기를 감내하면서 호법신장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부처님의 적손들이 있어 禪이 인류를 구원할 최후의 보루가 되는것은 반드시 지켜질 것입니다.

Q : 언론을 통해 시사되는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병폐들을 접할 때면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불교 또한 많은 폐단과 모순을 껴안고 있는 것은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불교가 추구하는 불사, 신도, 기도 등이 불교중흥을 위한 올바른 모습인지 알고 싶습니다.

A : 종교는 정치, 경제와 함께 사회를 떠받치는 도덕적인 기둥 역할을 다할 때 그 존재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종교가 개인의 안락을 도모하고 내세를 보장하는 도구에 국한한다면 종교로서의 순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종교가 필요악으로 대두된다는 것은 인류의 불행이 싹트는 시대임을 지난 세계역사가 대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활이나 영생을 믿는 종교는 현대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논리지만, 이들이 문명을 선점하는 아이러니는 서글픈 인간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종교관이 정치논리에 편승하여 한 나라의 명운을 가름하는 칼날이 되는 오늘날의 국제정치구도는 특정종교가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도구임을 재삼 상기시킵니다.

종교는 주의나 의식행위로서가 아니라 미완의 인간 내면세계를 어루만져 치유하고 보완해주는 역할이어야 하며, 영원한 자유 즉, 깨달음을 보시하는 사회정신교육기관이어야 마땅합니다. 인류역사에서 불교처럼 비폭력적이고 합리적이며 상생의 가르침을 담은 교리는 일찍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욕의 삶인 불교정신만이 계층과 민족, 국가 간의 갈등과 충돌을 방지하는 인류의 구원처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합니다. 우리들의 염원인 불교중흥은 장엄한 모습이나 종교행위가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능히 수행할 수 있는 불교본래의 人間佛事를 실현하는데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자비를 실천하는 도덕적인 사람만이 이 첨단시대를 이끌어갈 힘이며 빛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