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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理란 무엇인가?- 25
<주간컬럼/2004-09-26>
Q :
종교인들은 자기들이 믿는 종교가 진리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곧 진리요 빛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숭배하는 종교도 있는데 진리를 말과 글로 나타낼 수 있으며 가지고 누릴 수도 있습니까. 도대체 진리란 무엇이며 진리세상은 어떤 것입니까?
A :
진리는 말과 글 그 누구로부터 전수를 받거나 거래할 수 없습니다. 말과 글은 진리를 가르치는 수단일 뿐 진리가 아닙니다. 진리는 제법실상(諸法實相) 그 자체이며 고정된바 없이 연기 유전하는 자연의 섭리와 어긋나지 않은 법을 체득한 사람이 진리의 화신입니다. 노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은 전부 노랗습니다. 색안경 없이 바라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 모두 진리입니다. 색안경을 벗어던지듯 깨우침으로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무심지혜를 증득한 사람은 세상이 지옥이라 단정해도 그에게는 지옥이라고 말하는 진리세계인 것입니다. 종교는 일체중생이 생사윤회고를 겪지 않을 영원불멸의 진리세계로 인도하는 가르침이어야 마땅하며 만약 그렇지 않는 종교라면 그런 짓을 하는 종교행위일 뿐입니다.
불교는 진여(眞如) 열반(涅槃) 극락(極樂) 법성(法性) 불성(佛性) 실상(實相) 자성(自性) 청정심(淸淨心) 도(道)라는 낱말들로 진리를 표현하였습니다. 진리는 저 멀리 나와 따로 있는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항상 나와 함께하는 일체존재의 실상이지만 생사유전하며 보고 듣고 맛본 습기로 말미암아 아직 진리세계와 하나가 되지못한 것이 분별중생입니다. 봄을 찾아 짚신이 닳도록 헤매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와 뜰 앞에 매화꽃이 피었음을 보고 아뿔싸 하는 것이 중생입니다. 진리는 과거 미래도 아니며 현재에 머문 것도 아닙니다. 분별시비가 끊어진 그 자리가 바로 진리입니다. 상대세계와 가로막힘이 없으면 천지만물 일월성신이 모두 진리의 실상임을 깨닫습니다.
우주탄생의 본질이 그렇듯 진리 또한 누구로부터 창조된 것이 아닙니다. 탐욕과 집착을 걷어내면 만상이 진리의 실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감응하며 상대법과 어긋나지 않는 진리세계로의 귀의가 되는 것입니다. 사자는 자기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의 목줄을 노립니다. 그러나 개는 사람이 던지는 돌을 따라 이리저리 헤맵니다. 허구인 유일신을 신봉하며 그들의 판타지소설을 종교라고 믿는 사람들은 달콤한 낱말과 환상을 좇아 헤매기에 생사없는 진리를 손에 쥐여주어도 알지 못하고 입에 넣어주어도 삼키지 못합니다.
색.수.상.행.식 오온에 길들어진 입맛에 맞는 진리는 없습니다. 진리는 부처의 가르침에 집착하여 구하는 것도 아니며, 승단에 의지하여 구하여 얻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괴로움을 끊고 해탈을 추구하고 깨달음을 원하는데 진리가 있지 않습니다. 무명의 삶은 일체개고임을 알고 집착을 끊고 깨우침의 경계에 이르러 해탈열반의 삶을 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진리의 길입니다. 찰나와 어긋나지 않는 마음이 진리를 증득한 것이기에 진리적인 삶은 생사가 따로 없습니다. 진리는 적멸도 아니고 생멸도 아니며 무념도 아니고 지옥과 극락에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열반에 얽매이면 집착이고 진리를 얻거나 버린다고 한다면 아직 양변에 걸린 분별중생입니다. 진리는 당처가 없습니다. 진리는 구하여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깨우침으로 연기하는 자연섭리와 완전히 계합될 때 드러나는 신묘한 불세계(佛世界)입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진리를 따릅니다. 진리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하고 생주이멸(生住異滅)하는 자연의 섭리가 스승입니다. 자연은 고정된 형상이 없습니다. 만약 형상으로서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면 그것은 형상을 구하는 것이지 진리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진리고 빛이며 생명이라는 말을 따라 진리를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추종이고 맹신이지 진리가 아닙니다. 진리는 언어와 형상으로 고정된바가 없어 보고 듣고 지각하며 의식할 수 없습니다. 보고 듣고 지각하며 의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보고, 듣고, 지각하며 의식하는 것이지 진리를 증득한 것은 아닙니다. 진리는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세울 수 없습니다. 진정한 이치를 깨달은 진리적인 사람은 능(能)히 즉사즉리(卽事卽理)하고 의롭고 자비로우며 순수한 품성을 겸비합니다. 진리에 의한 진리적인 삶은 오로지 깨달음에 있으며 마음에 가려짐이 없으면 일체만물이 바로 위없는 진리의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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