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과 견성성불- 20

<주간컬럼/2004-08-22>

Q : 불교는 사찰을 도량이라 말하며 좋은 도량을 찾는 다고 여기저기 몰려 다니는데 어떤 도량이 마음공부에 더 좋습니까?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꼭 사찰이나 선원 등 특별한 장소에서 수행을 해야만 견성하는지 궁금합니다.

A : 도량은 원래 석가부처님께서 깨우침을 얻은 보리수나무 아래를 말합니다. 지금은 석가부처님 당시와는 환경이 다르기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사찰을 도량이라 일컫지만 불타의 정법이 깃들지 않은 사찰이라면 도량이 아니라 부처를 빙자한 영업장입니다. 밝은 눈으로 보면 천지사방이 법당이고 삶의 현장 모두가 도량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내 몸처럼 느끼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아직 밖으로 구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 도량은 고래등 같은 절 기와지붕이 아니라 내 안의 지극하고 순수한 마음이며 인간불사 바라밀행을 하는 보살심입니다. 견성성불이 불도의 목표이듯 성품을 보는 것은 일대사 인연이 닿은 개인의 역사이기에 좋은 절 좋은 도량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청산 마루 늘 푸른 소나무도 알맞은 조건에서 씨앗이 발아한 연유이듯 돈오(頓悟)는 천인지(天人地)를 일치시키는 불보살의 가호이기에 자비헌신으로 공덕을 쌓는 것이 말세중생들이 찾아 헤매는 도량보다 훨씬 더 이롭습니다.

해탈지혜의 원천은 웅장한 사찰이 아니라 불법(佛法)을 완전히 용해하여 실사구시 하는 저잣거리 선지식의 해탈지견향이 듯 진정한 도량은 불타의 정법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석가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좋은 도량은 보리수나무 아래였고 혜능대사는 방앗간이 도량이었으며 원효대사의 도량은 허물어진 무덤 속이었기 때문입니다. 2천년 한국불교 역사이래로 명산대찰 무늬가 득실거리는 큰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었다는 기별을 난 아직 들은바 없습니다. 정법이 아득한 이 말법세상의 도량은 현란한 무늬와 숫자로 가름되지만 그 속에서 독야청청의 사자후가 들려 올리는 만무한 이치입니다. 좋은 도량이라는 미명 하에 멋진 기와지붕과 무리에 이끌리는 구도는 놓고 비우지 못할 아상만 키우는 것이기에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자비헌신의 보살행으로 증득한 반야지혜로 일체처소에 평등한 마음이 근본도량입니다.

유마경의 도량 송(訟) 한 토막을 인용하면, 곧은 마음[直心]이 도량이니 거짓이 없는 까닭이며, 행을 닦아 가는 것[發行]이 도량이니 능히 일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며, 깊은 마음[深心]이 도량이니 공덕을 증진하기 때문이며, 보리심이 도량이니 잘못이 없기 때문이며, 보시가 도량이니 갚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며, 계행을 지니는 것이 도량이니 소원이 구족하여 지기 때문이며, 욕된 것을 참는 것[忍辱]이 도량이니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며, 꾸준히 닦아 나아가는 것[精進]이 도량이니 중단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며, 선정(禪定)을 닦는 것이 도량이니 삿된 마음이 조복되기 때문이며, 지혜가 도량이니 모든 법을 분명하게 보기 때문이며, 사랑하는 것[慈]이 도량이니 중생을 평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며, 불쌍히 여기는 것[悲]이 도량이니 피로와 괴로움을 견디기 때문이며, 기뻐하는 것[喜]이 도량이니 법문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며,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捨]이 도량이니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신통이 도량이니 육신통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며, 해탈이 도량이니 애욕·번뇌를 등지고 놓아버렸기 때문이며, 방편이 도량이니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네 가지로 포섭하는 것[四攝]이 도량이니 중생을 잘 포섭하기 때문이며, 많이 듣는 곳[多聞]이 도량이니 들은 대로 행하기 때문이며, 마음을 조복 받는 것이 도량이니 모든 법을 바로 관찰하기 때문이며, 37조도품이 도량이니 세간 법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며, 사성제가 도량이니 세상을 속이지 않기 때문이며, 12인연이 도량이니 무명에서 노사까지가 다함이 없는 때문이며, 온갖 번뇌가 도량이니 번뇌가 곧 실상임을 알기 때문이며, 중생이 도량이니 ‘나’라는 것이 없는 줄을 알기 때문이며, 일체법이 도량이니 모든 법이 공한 줄을 알기 때문이며, 마군을 항복 받는 것이 도량이니 무엇에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며, 삼계가 도량이니 따로 나아갈 데가 없기 때문이며, 사자후를 하는 것이 도량이니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며, 십력시무외와 18불공법이 도량이니 모든 허물을 여의기 때문이며, 삼명이 도량이니 지혜에 장애 된 것이 없기 때문이며, 한 생각에 일체법(一切法)을 아는 것이 도량이니 일체지를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보살이 바라밀로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면 발을 들거나 내딛는 것 모두 도량으로부터 와서 불법(佛法)에 머무는 것이다. 라고 하여 불제자가 증득하고 실천해야 될 참 도량을 명확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