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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하생시대와 용화세상- 14
“미륵세상은
언제 열리나요?”
'막연한
기대 금물…정직이 곧 미륵'
<법보신문 칼럼>
Q :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수록 미륵부처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석가부처님 입멸 이후에 하생한다는 미륵부처님이 나타나면 질병과 괴로움도 없이 오래 산다는데 그런 미륵부처님의 용화세상은 언제입니까?
A :
불교가 전파된 초기 삼국시대부터 미륵신앙이 크게 성행하였다는 기록을 볼 때 한반도에서 미륵불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특히 신라에서는 미륵신앙과 용화사상이 화랑도와 밀접한 연관을 지어 김유신이 스스로 용화도령이라고 칭한 것은 당시에도 오도된 미륵신앙이 횡횡하였다는 반증입니다. 지난역사에서 자신이 ‘미륵부처다’라고 칭한 인간은 부지기수였습니다. 미륵을 꿈꾸던 중이 권력을 만들어 전횡을 부린 궁예로부터 근세 온갖 사이비종교 교주까지 미륵불을 특정한 인물로 부각시킨 적(賊)미륵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혔습니다. 미륵부처를 자칭한 인간들 또한 병고와 늙음으로 저승사자에게 끌려갔지만 앞으로도 혹세무민하는 삿된 미륵은 꾸준히 등장할 것입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십불선품(十不善品)에 미륵의 출세에 대한 부처님의 예언편이 있습니다. 미륵보살은 석가부처님의 교화를 받으며 수도하였고 부처님에 의해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아 도솔천에 있지만 석가부처님 당시 구제하지 못한 나라와 중생을 정화하고 수호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다시 온다는 것입니다. 불교경전의 미륵하생이야기는 석가부처님 입멸 후 영험한 미래불에 의한 용화세상을 설정하여 불법(佛法)의 존엄성과 영구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스럽고 거룩한 성불(成佛)도 어디까지나 죽음이 뒤따르는 개인의 일대사이기 때문입니다.
육조단경에서도 ‘정직이 바로 미륵이다’라고 정의한 것은 상법시에도 미륵사상을 오도한 폐해가 심각하였음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또한 유마경에서 유마거사는 석가부처님 제자인 미륵보살에게 석가세존께서 당신은 내생에 성불하여 일체중생을 구제할 것이라고 수기하였다는데 어느 생으로 수기를 받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과거 생인가? 미래 생인가? 현재 생인가? 과거 생이라면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 생이라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 생이라면 현생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데 미륵보살이 어떻게 다음 생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았는가? 부처님의 지위는 생사가 없어 달리 수기를 받을 것도 없고 구하여 얻을 법도 없다는 것을 말하며 불교가 내세관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시방중생이 미륵하생을 염원하는 것은 평등과 자유, 평안함의 화신인 해탈열반을 통하여 기아와 질병,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는 열망이 미륵불을 주체로 내세신앙으로 굳어진 것일 겁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려울 때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봐 없습니다. 경자년 초입부터 만추에 이른 지금까지 사람들은 죽음의 사신 코로나바이러스로 창살 없는 감옥살이가 되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질곡에서 너나없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첨단과학문명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 난세에 영험하다는 미륵불이 출현하여 악성바이러스를 단박에 퇴치해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미륵은 아직 내세신앙속의 인격체인가 봅니다.
우리를 옥죄는 이 역병 소두무족을 불러들인 것은 사악한 탐욕중생의 업장이 단초임을 살펴야만 명 처방전이 나올텐데 쇠가죽 같은 현대의술에 무심지혜의 광명이 비추일 날은 언제일지, 작금의 인간사는 생존투쟁을 넘어 이념과 종교문제까지 얽혀 갈등이 극에 이르렀지만 참회를 할리 없으니 한사람의 미륵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21세기 지구촌은 탐욕중생의 업장이 겹겹이 쌓여 갖가지 괴질을 촉발하고 그로인한 고통과 죽음을 능히 잘 알아 스스로 자유를 구속하는 기현상이 벌어지지만 이것이 과학보다 더 과학적인 업에 의한 인과응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업은 선인선과 악인악과로 반드시 과보가 따르기에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석가부처님 당시 아버지 정반왕이 통치하는 나라가 멸망할 때 법력으로도 구하지 못한 것은 전생 인과업보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실존철학이 불교이고 해탈에 의한 방생과 평등이 근본 종지임을 주지할 때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인물에 의한 미륵불의 출현은 불가합니다. 우리가 숨 쉬는 이 사바세상은 늘 이유 많고 탈 많으며 생멸이 분분하지만 지금이 바로 미륵하생시대입니다. 역병이 창궐하는 대재앙 속에서도 생명을 구하는 의로운 사람들의 고군분투가 미래세상의 희망이고 그들이 미륵입니다. 다함께 평화로운 해탈의 가르침과 자비정신을 일깨우는 사람들이 미륵이며, 편리한 문명으로 헐벗음과 굶주림을 면하게 하고 재능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바로 참 미륵부처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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