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과 참선- 12

“참선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인가요?”

'좌법은 기초…正道의 삶이 참된 좌선'

<법보신문 컬럼/2004-06-30/761호>

Q : 좌선이 참선입니까. 참선이라 하면 화두를 잡거나 호흡을 조절하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을 연상하게 됩니다. 절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참선이라면 아무나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부처되기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까.

A : 참선(參禪)은 일상(日常)입니다. 참선은 아무생각 없이 조용히 앉아 있거나 화두를 잡고 면벽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좌선과 참선을 굳이 논한다면 좌선은 호흡과 소리 빛으로 심신을 조율하는 불가의 심신수행법이고 참선은 좌선을 통하여 선정삼매, 즉 맑고 고요히 마음의 중심이 잡힌 사람의 일상입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중에도 생멸연기 하는 일체의 제법실상에 얽매임이 없는 것이 참선입니다. 또한 참선은 오욕칠정이 들끓고 생사가 겹치는 삼계(三界)에 탐욕과 집착의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마음입니다.

마음과 마음의 작용을 없앤 무심한 경지 적멸(寂滅)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고 시대와 적재적소에 꼭 들어맞는 묘용(妙用)이 좌선입니다. 진리를 버리지 않는 일상이 올바른 좌선이며 안으로 고요함도 탐하지 않고 밖으로도 혼란하지 않는 것이 좌선입니다. 온갖 소견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며 정도(正道)로 불법(佛法)을 숭상하고 지키는 것이 좌선입니다. 또한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이 참된 좌선입니다.

좌선수행을 하는 효과적인 방편으로는 날숨호흡과 소리 빛을 응용한 좌법이 기본입니다. 좌법이란 들고일어나는 온갖 잡념들에 시달리는 몸과 마음을 다스려 조화를 이루려는 최상의 심신함양비법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좌선이라 하면 무념무상(無念無想)을 염(念)하여 제번뇌를 불러들이는가 하면 아름답고 유익한 생각을 키우며 과거를 반성하는 참회를 수도로 여기지만 그것은 좌선의 본질인 사유수(思惟修)를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는 상대세계가 없기에 좌선도 참선이라 할 것도 없는 성성적적(惺惺寂寂)한 해탈열반의 삶 그 자체입니다. 범부의 좌선수행, 즉 사유수는 일어나는 온갖 생각을 닦아 모두 없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사람 가르침에 입각하여 지식과 경험으로 이루어진 자아를 훈육시키는 것이 첫째입니다. 둘째는 실상관법으로 대 우주관을 증득하여 주관적이고 독소적인 견해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마음의 힘을 기르고, 측은지심으로 자리이타를 실천하여 공덕을 쌓는 것이 진정한 좌선입니다. 선법이든 교법이든 불교는 좌선이 되어 지기 위한 방편설입니다. 정법에 의한 좌선체험이 없으면 언어도단 불립문자가 禪이라는 또 다른 이름에 함몰되어 아집을 즐거운 법으로 알고 무기에 안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음은 생각을 형성하고 생각은 행동을 창출하여 고유의 훈습을 쌓기 마련입니다. 좌선은 유, 무위법에 걸림없는 참선법의 기본자세이자 탐욕중생을 넘으려는 가상한 노력입니다. 무념무상심인 참 선법은 이심전심으로서 만이 체득되기에 불연이 아니면 여하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이심전심은 막연한 종교용어가 아닙니다. 마음은 정신에너지의 본류이기에 이심전심은 시공을 초월한 미묘한 전류작용임에도 불교의 위대한 무상심심미묘법이 천수경속의 공염불이 되어 오늘도 허공을 맴돌고 있습니다. 인간세상에서 그 어떤 법보다 가장 우위에 있는 종교와 종교행위는 회향과 참회로 천상에 자비공덕을 쌓아 해탈인연을 만나려는 갸륵한 노력인데 타락한 종교에 휩쓸린 말세중생이 무슨 공덕으로 정법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 아득할 뿐입니다.

말법세의 지리멸렬한 구도풍토가 안타깝지만 이심전심법이 그렇듯 해탈인연은 시대와 세태와는 무관하게 오고감이 자유자재합니다. 독각(獨覺)이 아니라면 참선법을 체득한 선지식인연으로 참 고요를 맛본 경험이 부처를 이루게 합니다. 성불을 이루는데 그 무엇도 정해진 법은 없습니다. 좌선과 참선수행은 해탈성불을 위한 불도수행의 방편일 뿐 해탈진리를 실천하는 보살의 실사구시와 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중생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생업보이지만 이생에 참선법으로 무상도리를 증득하여 육도윤회를 끊어야하는 것은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참선수행은 중생의 속성을 극기하고 성인의 훈습을 익히는 가상한 노력이며 그 마음자세가 바로 좌선입니다.

의견보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