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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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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으면
어떤 변화가 있나요?”
언행
단순 명쾌… 유연한 몸 갖게 돼
<법보신문 컬럼/2004-04-07/750호>
Q :
깨달음이란 형체도 없고 실체도 없다는데… 조주스님이 깨달았다면, 조주스님이 깨닫기 1시간 전과 깨달은 직후에 조주스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습니까? 그
변화가 손톱에 일어났습니까, 뇌 속에서 일어났습니까. 그 변화가 깨달음이라면, 그 변화를 잘 분석하여, 사람을 인위적으로 그렇게 변하게 하면 그들 모두는 저절로 깨칠 수 있는지요. 또, 깨달으면 어떻게 무엇으로 사는 것입니까?
A : 조주의 깨달음을 말한다면 그것은 조주에게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깨달음은 정신과 육체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돈오로 무심경계를 체험하면 언행이 단순, 명쾌해지고 강인한 몸을 갖추게 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참회하고 성찰하는 의식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해탈자의 중도정관은 생사를 초월한 처절한 인고의 소산입니다. 깨달음을 의도적으로 촉발시키는 것은 가(可)하나 중생습기를 말리는 보임환경과 그릇준비가 덜된 수임자의 운명은 차마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해탈세계입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시절인연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입니다.
깨달음을 기능적으로 표현하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에 생체에너지가 묶임을 당하거나 놓아버려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갖는데 있습니다. 마음도 호흡간의 에너지 작용이므로 마음을 다스림에 있어 들숨과 날숨 간에 일어나는 잡다한 생각들을 머리가 아닌 전신으로 분산 시킬 수 있는 의식능력을 깨침의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즉, 발가락 끝으로 소리를 인식하는 등 신체의 한부위에 의식의 집중이 가능해 집니다. 고정관념에 묶이지 않고 자유자재한 의식작용을 굳이 말한다면 일념(一念)이라 할 것입니다.
깨우침은 체험의 세계로서‘놓고 비우고 버려’도 배우고 가진 것들이 망실되거나 빼앗기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비롯되며, 그럴 때 가장 순수한 정신력이 깃들게 됩니다. 이 사바세상에서 가장 정제된 에너지(氣)는 바로 무심(無心)입니다. 무심은 절박함과 간절함마저 벗어난 경지이기에 상(相)에도 끄달리지 않지만 생사(生死)도 없습니다.
깨달음은 마음 안의 또 다른 마음작용이 아닌 인간으로 오기까지의 공덕심인 근본 마음이 시절인연을 맞이한 결과입니다. 억겁을 윤회하며 닦을 수도 있고, 전광석화처럼 일시에 개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禮)와 덕(德)이 깨우침의 밑거름이기에 개오자(開悟者)는 참 사람답습니다.
각자(覺者)는 의롭고 겸손하며 유(柔)와 강(剛)이 분명합니다. 그는 가공되지 않은 원목 같고, 사랑방 손님처럼 점잖고,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하며, 살얼음 위를 걷는 사람 같으며, 말과 행동이 반듯하고, 시류에 영합하지 아니하므로 기세가 당당합니다. 무위자연과 벗하며 유유자적하기를 즐겨하지만 불의를 만나면 성난 사자와 같습니다. 태산을 짊어진듯 세상사를 염려하면서도 심신이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다 놓고 버려 없는 듯하지만 찰나에 천장을 뚫고 도약할 준비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속세를 벗어난 깨달음은 없습니다. 부처를 앞세워 출, 세간을 나누고, 무위도식하며, 혹세무민하는 무리는 반드시 죽은 문자와 어긋난 종교행위, 환에 사로잡히는 것을 심신수행으로 여기게 됩니다. 불타의 해탈진리와 어긋난 구도행위는 처방전이 없어 당나귀 해가 돌아와야만 비로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 깨달음은 지극한 순수의식이며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는 도리입니다. 또한 시대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각자(覺者)입니다. 아울러 깨달음은 상대세계관이 없는 절대고독의 삶이며 무한세계로의 귀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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