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事

 

하루를 잘 사는 것은 백년을 잘살 수 있는 시금석이다. 삶의 요소인 안락한 환경과 건전한 상식, 알맞은 음식 등은 마음의 평정을 위하여 달리 구하지 않아도 될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물질로 본 세상은 내 뜻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 밖에 나서면 구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 지천이고 내 몸뚱어리 하나 마저도 내 뜻대로 처신할 수 없는 것이 풍진 세상사(世上事)다.

상(相)으로 말미암아 분별과 의심이 그치지 않는 사바세상은 어느 누가 작위로 만들어 세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미혹하여 항상 하지 않는 만상의 본질을 올바로 꿰지 못한데서 비롯한 것이다. 물질로 본 존재의 실상은 분명 허망한 것임에도 희비의 쌍곡선을 빗는 일상과 명철하지 못하므로 생긴 번뇌는 점점 마음의 평정을 멀게 한다. 이처럼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존재의 본질을 두고 시비분별을 일삼는 미혹도 업(業)이거니와 그로 말미암아 주변 인연과 사회까지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죄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교에서는 무지(無知)도 죄업으로 여긴다. 그 동안 나는 본 牛谷禪院 홈페이지에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결코 평범한 삶이라 말할 수 없었던 나의 일상에서 피조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선도리(禪道理)로 비춘 객관적 비판을 심신수행의 등불로 삼으려 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땅에 선법(禪法)이 전파된 이래로 불타(佛陀)의 마음이라는 선(禪)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온 셈이다.

지금까지 제방에 나와 있는 선(禪)이치라는 것들이 대부분 조사어록 번역이나 선문답을 작위로 해석한 즉, 사족을 덧붙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온고지신이 아닌 시대를 거스르는 고답적인 선도(禪道)는 미혹한 마음을 깨쳐 부처가 되겠다는 사람들을 오히려 옛 문헌에만 얽매이는 고전학자나 이상적인 단어만 주워섬기는 얼치기 도사 양성소 같은 모습으로 격하되는 실정이다.

옛사람 어록에 의하면 깨달음은 언어(言語) 도(道)가 끊어진 그 자리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불립문자인 선(禪)은 어떤 측면에서는 교(敎)보다 더 많은 말로서 깨달음의 이치를 설파해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참선수행 경험을 다양한 문자로 밝혀놓은 이유는 언어가 피안의 땅에 오르기 위해서 잠시 거룻배를 빌려 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파한 혜안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후세 사람들은 그 본뜻을 읽지 못하여 진리라는 문자방편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은 배에서 내려 주인이 되어질 자질과 소양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부처는 고매한 지식과 경험에 아무 관계없이 미혹한 마음에서 벗어난 개오(開悟)인을 칭한다. 그는 곧 자신의 삶을 위하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라고 통칭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고 익힌 것을 직관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천년을 가부좌하고 팔만사천 경전을 다 외우고 익혀도 그것은 헛농사다. 유사 이래 색신(色身)을 벗어난 부처는 존재하지도 않았거니와 면벽서생(面壁書生) 같은 부처 또한 없었다. 그러나 이즈음 마음공부의 이면은 이 몸 떠난 이후의 현학적 가치관과 허구를 깨달음의 본가라고 여기는 어리석음과 죽은 환(幻)을 숭상하는 산송장들이 득세하여 거대한 무리를 짓는 판국이다.

아수라판 같은 난세를 헤쳐 제방에 牛谷禪院이 등단한지도 어언 두 해, 그러므로 무늬도가 판치는 질 낮은 선도(禪道)에 많은 사연들이 점철되어 졌다.
비틀어진 선가의 발자취를 부정하고 이 땅에 파생되어 있지 않은 선(禪) 철학을 세우는 과정에서 유·무정들의 저항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인간을 상대로 잃어버린 석존의 법통을 회복시키려는 열정이 오류를 낳은 불가피한 일화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의는 허무하지 않아 기묘년 갈무리에 불사(佛事)의 터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제 목전에 도달한 새 千年에는 불보살이 헌사한 불 국토에 생 · 노 · 병 · 사를 수렴할 牛谷 선 센터를 건립할 것이다.

사바세상 온갖 영욕의 가치관을 초월하여 오로지 인간불사(人間佛事)만을 위하여 일로 매진해 온 원력에 동참한 소중한 인연들과 선원 소임자들의 눈물겨운 헌신이 저문 二千年에 묻혀 가기에 이고득락(離苦得樂)의 해탈법과 못다 한 세상사(世上事)이야기로 자비희사의 공덕을 찬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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