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숙업과 구렁이 사연

 

Q : 지금 내 삶의 모습은 전생의 과보라고 말합니다. 전생업장의 속성이 어떻게 작용하며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알고 싶고 부모로부터 피와 살을 받은 생물학적인 출생이 아닌 근원적인 탄생의 비밀이 궁금합니다.

A :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전생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는 정제된 유기물이고 이성이 깃든 정신 또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고도화된 에너지이지만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성의 속성은 전생에서 비롯된 업장입니다. 인간은 전생업력의 근기에 따라 부모인연을 지어 몸을 받았지만 기질이 제 각각인 것은 전생업장이 곧 주인공을 자처하는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주인공이 몸을 받는 환경조건을 제공한 것 일뿐 주인공인 영혼을 임의로 만들거나 불러들인 것이 아님을 올바로 알 때 해탈지혜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벽인 세속정리에서 자유스러워집니다.

다음은 1992년 3월 순수한 영혼으로의 귀의가 시작된 속초에서의 경계이후 본격적인 구도역정이 시작된 이듬해 봄 창원의 내 자택 안방에서 일어난 전생업장에 관한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야기이기에 경어는 생략합니다. 인과법칙이 생생히 일어난 전생과 구렁이 사연의 주인공은 당시 경남 창녕 화왕산의 암자에서 혼자 수행하던 법랍12년차 선승이었다. 청룡암은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산세가 빼어난 화왕산의 8부 능선 벼랑위에 마치 제비집 같은 작은 암자다. 현대문명과는 동떨어진 암자 쪽마루에 걸터앉아 마음공부이야기로 오후 반나절을 보냈던 시간이 이 승려와의 첫 인연이었다. 나와 이 선승과의 마음공부이야기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불교의 세계관이었다. 당시 나는 기성불교의 교리나 경전은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백치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이 선승이 불교서적 몇 권을 짊어지고 창원으로 찾아왔기에 내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밥을 먹고 마음공부이야기를 하다 보니 산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려 내 자택에서 함께 자게 되었다.

새벽 3시경 숙면 중에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비구의 가슴팍에서 거대한 구렁이가 삐져나와 방안 허공을 꿈틀거리면서 나를 위협하는 영상이 마치 실체처럼 확연하였다. 사람의 몸통 같이 굵은 뱀이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비구의 가슴팍에 꼬리부분을 남겨두고 혀를 날름거리며 위협하는 모습에 “감히 이 중생이!" 하면서 방안 가득히 너울거리는 구렁이를 낚아채어 불타는 장작더미에 던져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날 밤을 잘 자고 일어났다. 난 92년 그날의 역사이후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일이 없어졌지만 만행 중 사찰에 기거할 때면 승려들의 혼탁한 업인이 내 마음거울에 비추어지는 자각몽이 또렷하여 서로 내 잠자리 근처는 피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비일비재하였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비구가 바랑을 뒤적여 가사장삼을 걸치고는 나더러 삼배를 받으라고 하였다.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장면에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정색하였더니 비구는 “지난밤에 저를 제도해 주었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삼배로 예를 드리고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하기에 “아, 지난밤 불에 태워버린 당신의 그 뱀 말이냐" 고 하였더니 그게 삼배를 받고도 남을 일이라고 하여 내 집 안방에서 잠옷 차림으로 생에 최초로 비구로부터 삼배를 받았었다. 마음거울에 너울거리던 비구의 화신인 구렁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도한 것이 무심경지의 자각몽인 줄도 모르던 시기에 구렁이의 습인을 가지고 있었던 비구는 자기를 정확히 알고 반응하였던 것이다.

전생업인 중의 하나였던 구렁이가 화현하는 것을 제도한 사건이 있은 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세계를 탐방하는 만행 중에 그 지역에서 빚어진 오랜 과거역사를 마치 현실 같은 영상으로 접하는 무위법계의 사례들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사바중생의 처절한 업장과 인과윤회의 이치가 정립되었지만 당시는 8만4천 참선공부의 한 토막 경계체험일 뿐이었기에 기억의 저편에 던져 놓았었다.

구렁이 제도사건 이후 7년여 동안 이 비구와 공부인연이 지속되면서 그가 겪는 갖가지 심신의 변화를 목도하게 되었다. 특히 뱀 껍질 같은 다리 피부가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줄줄 벗겨지는 현상이 꽤 오래 지속되었고 따라서 영락없는 구렁이 눈빛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 비구의 숙세업장은 직 전생 절집 목탁 염불소리에 인(因)이 박혀 이생에 승려가 된 그 구렁이 한생 업(業)뿐만이 아닌데도 결코 변하지 않는 가출승려의 오도된 삶 그들만의 세상으로 되돌아간 서글픈 인간사를 반면교사로 삼도록 선문납자를 위하여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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