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황제는 중국 청나라 세번째 임금으로서 6살에 즉위하여 18년 동안 단 하루도 쉴 새 없이 싸워서 중원(中原)을 통일시켰다.
그리고 23세 되던 해에 출가하였다.
그는 전생에 인도의 수도승이었는데, 그 나라 왕의 폭정에 백성이 시달리자, 수행 선정 가운데 '내가 왕이었다면 백성을 위하여 왕도로써 정치할 것이거늘' 하고 찰나 생각을 한 인과로 중국의 제왕이 되었다.
그의 전생담이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어느 절에 노스님 한 분이 있었다.
덕이 높고 수행이 깊은 노스님은 여간해 아프지도 않고 대중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어느 날 짓궂은 손자 상좌들이 "노스님 언제 옷 벗으실 겁니까?" 하고 여쭈면, "뒷산 바위가 무너지는 때에 옷을 벗으마" 하였다. 하루는 상좌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하고 사람 얼굴을 그린 후에 눈동자는 남겨두며 하는 말이,
40년 후에 이 그림을 걸개로 하여 중원 천하를 돌아다니며 "자기 영(靈) 찾으시오" 하고 소리를 치고 다니면 내가 나타나 눈동자를 그려줄 것이라 하고는,
목욕재계하고 의복을 단정히 하고 좌탈입망(坐脫立亡) 하니 갑자기 뒷산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40년 후에 청나라에는 순치황제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마상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수행하여 중원 천하를 통일하여 자금성에 앉아 있는데,
성 밖에서 문득 "자기 영(靈) 찾으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수소문하여 그 사람을 입궐시키니 어느 스님이 걸개그림을 들고 있는데 눈동자가 없었다.
황제가 붓을 들어 눈동자를 그려주자 "40년 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 하면서 스님이 큰절을 올리고 연유를 말하니 순치는 홀연히 자신의 전생을 깨달았다.
그 길로 곤룡포를 벗어 던지고 출가하여 산으로 들어가 시를 지으니 그것이 유명한 순치황제 출가시이다.
天下叢林飯似山鉢盂到處任君餐黃金白璧非爲貴惟有袈裟被最難 천하총림반사산발우도처임군찬황금백벽비위귀유유가사피최난
朕乃大地山河主憂國憂民事轉煩百年三萬六千日不及僧家半日閒 짐내대지산하주우국우민사전번백년삼만육천일불급승가반일한
懷恨當初一念差黃袍換却紫袈裟我本西方一衲子緣何流落帝王家 회한당초일념차황포환각자가사아본서방일납자연하류락제왕가
未生之前誰是我我生之後我是誰長大成人裳是我合眼朦朧又是誰 미생지전수시아아생지후아시수장대성인재시아합안몽룡우시수
百年世事三更夢萬里江山一局碁禹疏九州湯伐桀秦呑六國漢登基 백년세사삼경몽만리강산일국기우소구주탕벌걸진탄육국한등기
兒孫自有兒孫福不爲兒孫作馬牛古來多少英雄漢南北東西臥土泥 아손자유아손복불위아손작마우고래다소영웅한남북동서와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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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八年來不自由山河大戰幾時休我今撤手歸山去那管千愁與萬愁 십팔년래부자유산하대전기시휴아금철수귀산거나관천수여만수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 어니 대장부 어데 간들 밥 세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을 아지 마소. 가사 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이내 몸 중원 천하(中原天下) 임금 노릇하건 만은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인간의 백년 살이 삼만 육천 날이란 것 풍진(風塵) 떠난 명산 대찰 한 나절에 미칠 손가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의 잘못으로 가사 장삼 벗어 치우고 곤룡포(袞龍袍)를 감게 됐네. 이 몸을 알고 보면 서천축(西天竺) 스님인데 무엇을 인연하여 제왕가(帝王家)에 떨어졌나.
이 몸이 나기 전에 그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이런가.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내라 더니 눈 한 번 감은 뒤에 내가 또한 뉘이런가.
백년의 세상일은 하룻밤의 꿈속이요, 만리의 이 강산은 한판 노름 바둑이라 대우씨(大禹氏) 구주긋고(劃定) 탕 임금은 걸(傑)을치며, 진시황(秦始皇) 육국먹자, 한태조(漢太祖) 새터를 닦았네.
자손들은 제 스스로 제 살 복을 타고났으니, 자손을 위한다고 마소 노릇그만 하소. 수 천년 역사 위에 많고 적은 영웅들이 동서남북 사방에 한줌 흙으로 누워 있네.
올적에는 기뻐하고 갈 적에는 슬퍼하네. 속없이 인간세에 와서 또 한바퀴 돌았단 말인가. 애당초 오지 않았으면 갈일 없을 텐데. 기쁨이 없으면 슬픔인들 있을 것인가.
나날이 한가로운 내 스스로 알 것이라. 이 풍진 세상 속에 온갖 고통 여의고 입으로 맛들임은 시원한 선열미(禪悅味)요. 몸 위에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이로다.
사해와 오호에서 자유로운 손님 되어,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릴세라. 세속을 떠나는 일 쉽다 말을 마소. 숙세(宿世)에 쌓아 놓은 선근(善根)없이 아니되네
18년 지나간 일 자유라곤 없었도다. 강산을 뺏으려고 몇 번이나 싸웠던가. 내 이제 손을 털고 산 속으로 돌아가니, 천만 가지 근심 걱정 내 아랑곳할 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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