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십이연기(2)

 

십이연기는 중생계가 일어나는 작용과 그 실상을 설한 진리이다. 이것에는 무명(無明) → 행(行) → 식(識) → 명색(名色) → 육입(六入) → 촉(觸) → 수(受) → 애(愛) → 취(取) → 유(有) → 생(生) → 노사(老死)의 열 두 과정이 있다.
십이연기의 가르침이 시사하는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일련의 과정과 같이 인연에 의해 상이 일어나 현실로 성립되어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상(無常) 무아(無我) 무고(無苦)하다는 일깨움의 측면과 다른 하나는 중생의 고통스러운 삶이 어떤 원인의 과정을 거쳐 성립되어 있는가를 밝히고 그것을 멸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하여 깨닫게 하는 측면이다.
십이연기법은 두 가지로 전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나 깨달아 들어가는 중요한 진리다.
그 과정을 간략히 전개하면
1)무명(無明)은 → 2)무명한 행(行)을 낳고 → 3)무명한 행(行)은 무명한 식(識)을 낳고 → 4)무명한 식(識)은 다시 무명한 명색(名色)을 낳고 → 5)무명한 명색은 무명한 육입(六入)을 낳고 → 6)무명한 육입(六入)은 무명한 촉(觸)을 낳고 → 7)무명한 촉은 무명한 수(受)를 낳고 → 8)무명한 수(受)는 무명한 애(愛)를 낳고 → 9)무명한 애(愛)는 무명한 취(取)를 낳고 → 10)무명한 취(取)는 무명한 유(有)를 낳고 → 11)무명한 유는 무명한 생을 낳고 → 12)무명한 생은 무명한 노사(老死)를 낳는 다는 가르침이다. 이러한 전개를 순관(順觀)이라 하고 이것의 역순으로 궁구해 들어가는 것을 역관(逆觀)이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십이연기설을 불교의 가장 기초적인 교의(敎義)로써, 윤회전생(輪廻轉生)하며 고통을 겪는 중생의 인연(因緣)과정을 포함하여 만물이 생성·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아함(阿含)경전에 설해진 교리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명(明)이 없는 무명(無明) 중생에겐 이 무명(無明)에 연(緣)하여 행(行)이 있게 되고, 행(行)에 연하여 식(識)이 있게 되고, 식에 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게 되고, 명색에 연하여 육입(六入)이 있게 되고, 육입에 연하여 촉(觸)이 있게 되고, 촉에 연하여 수(受)가 있게 되고, 수에 연하여 애(愛)가 있게 되고, 애에 연하여 취(取)가 있게 되고, 취에 연하여 유(有)가 있게 되고, 유에 연하여 생(生)이 있게 되고, 생에 연하여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가 있게 됨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명(明)이 없는(無) 업(業)의 중생에게 있어선 결국 늙고 죽음(老死)에 대한 근심, 슬픔, 고뇌의 괴로움(老死憂悲苦惱)이 있게 된다는 뜻으로써, 12단계에 의해서 그 인과과정을 설명해 주는 진리를 말한다.

① 무명(無明, a-vidya)은 말 그대로 '명(明)이 없다(無)'하여 진리에 대한 무지(無智)로 인하여 실재성(實在性)이 없는 허상(虛像)을 실상(實像)인 나(我)로 착각하는 망상에 들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주어진 형체를 나(我)라고 집착하는 것으로써 그것은 악업(惡業)의 인(因)에 의해 과(果)를 받는 최초의 어리석은 마음의 인(因)을 뜻한다.

② 이러한 무명(無明)의 연(緣)하여 '행(行,samskara)'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행(行)은 '결합하는 작용(sam-kara)'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행(行)이란 무명(無明)이 신(身)·구(口)·의(意)의 삼업(三業)에 의해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발동하는 의지를 말한다. 이 삼업(三業)은 인간으로서의 생(生)을 지속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자기 형성작용에 있어서의 업(業)이다.

③ 행(行)의 형성작용에 의해 개체가 이루어지면, 이에 연(緣)하여 식(識, vijnana)이 발생하게 된다. 식(識)은 불교에서 식별하다란 뜻을 가진 말로써, 이는 형성작용인 행에 의해 형성된 곳에 식(識) 즉, 인식(認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④ 식(識)에 연하여 '명색(名色,nama-rupa)'이 일어나는데, 이는 신경세포 작용을 뜻한다. 이 명색의 명(名)은 비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색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이러한 명색(名色)의 발생은 비물질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形色)이 결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대색과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4대식이 한데 어우러져 정신과 육체를 형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⑤ 이러한 명색(名色)으로 연하여 '육입(六入, sad-ayatana)'이 발생하게 되는데, 육입이란 빛, 소리, 냄새, 맛, 언어, 촉감, 이성(분별사식)으로 여섯 개의 감각기관, 즉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의식(意)의 육근(六根)과 같은 개념이다.

⑥ 육입(六入)에 연하여 '촉(觸,samsparsa)'이 생기게 되는데, 이 촉은 '접촉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육입이 육경에 접촉하는 현상이 아니라 육근(六根)과 육경(六境)과 육식(六識: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의식(意)의 육근(六根)에 발생한 식)이 화합하는 것을 가리킨다.

⑦ 촉(觸)에 연하여 '수(受,vedana)'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수는 괴로움(苦)과 즐거움(樂), 그리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不苦不樂) 중간 느낌(捨受) 즉 접촉에 따른 필연적 느낌 이 세 가지 종류를 들고 있다. 즉, 촉이란 이러한 세 가지를 따라 감수작용(感受作用)을 하는 것을 말한다.

⑧ 수(受)에 연하여 '애(愛,trsna)'가 생기게 되는데, 이는 끝없이 추구하고 욕망하는 갈애(渴愛,thirst)를 뜻한다. 이는 위의 세 가지 중에서 괴로운 것(苦)은 피하고 즐거움(樂), 사랑스러운 것(愛)만을 추구하는 욕심으로써 불교에서는 이 애(愛)를 팔만 사천 번뇌 중에서 가장 끊기 힘들고 또한 신행에 있어서도 가장 넘기 힘든 걸림막이 된다라고 한다. 따라서 무명이 지혜를 가로막는 장애(所知障)라 한다면, 여기서 말하는 애(愛)는 마음(心)을 염착시키는 번뇌장(煩惱障)의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자비희사(慈悲喜捨)는 애(愛)를 초월한다.)

⑨ 애(愛)로 연하여 '취(取,upadana)'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애착하는 작용을 말한다. 즉 취(取)는 애(愛)로 인하여 마음에 품은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취(取)하려는 것이다.

⑩ 취(取)에 연하여 '유(有,bhava)'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유(bhava)라는 말은 '있다' 내지는'존재하다'라는 뜻으로써 생(生)이라는 유정(有情) 그 자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유정(有情)이 존재하고 있는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의 삼계(三界)가 곧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⑪ 유(有)에 연하여 '생(生,jati)'이 일어나는데, 이 생(生)은 말 그대로 '난다, 태어난다, 생(生)한다'라는 뜻이다. 유(有)라는 것은 생(生)하는 유정(有情) 그 자체가 형성된다는 것을 뜻하며, 이 유(有)에 연하여 생(生)이 일어나게 된다.

⑫ 생(生)에 연하여 결국 노(老)·사(死)·우(憂)·비(悲)·뇌(惱)·고(苦)가 있게 되는데 이는 생으로 인하여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생명 있는 모든 중생의 업이며 현실에서 겪고 있는 고통임을 이해할 때 생사(生死)가 없는 해탈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