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처음으로 100일 정진을 하였다.
그것도 아내와 같이 100일을 하루하루 꼽아가며 어렵게 마무리 했다.
비록 아내가 몸살감기로 한번 내가 두번 108배를 못하고 좌선만 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간 나 혼자 나름대로 100일 정진을 몇 번 시도 했었으나 핑계 아닌 핑계로 한달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선원에서 100일 정진을 권유 받았고 내친김에 아내와 함께 시작은 하면서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한달 가량은 시작이라 그런지 직장에서의 회식자리도 가능한 피하거나 중도에 빠져나와 나름대로 열심히 지어갈 수 있었으나 두달째 접어 들어서는 하루하루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듯 정신적 압박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무겁고 복잡한 심신을 추스리며 습관처럼 오체투지하고 나면 짐을 벗은 듯한 느낌이 좋았고 체력적인 한계로 쉽게 중도포기 할 것만 같던 아내가 예상외로 아픈 몸을 이끌고 투지를 보여주어 정진이 이어졌다.
마지막 달에 접어들면서 회사에서 합숙교육이 있어 난감했으나 부러 핑계를 내어 집으로 출퇴근하며 이어갔고 막바지에는 출장이 있었으나 인근 절을 찾아 정진을 이어갔다.

초발심일 때 죽기살기로 철야 삼천배를 두번이나 해보았지만 나로서는 솔직하게 말하면 삼천배 보다 100일 정진이 훨씬 더 어려웠다고 사려된다.
삼천배도 육체적 고통은 만만치 않았으나 하룻밤(약12시간)을 악(?)으로 참아내면 되었으나 100일간의 정진은 비록 육신의 순간적인 고통의 강도는 덜하지만 지속되는 정신적 긴장(?)이나 압박은 삼천배 보다 몇 갑절이라 생각되었다.
이래서 단거리 우승보다 마라톤 우승이 더 값진 것임을 실감한다.
마음먹고 한 순간 크게 행하기는 쉬우나 사시사철 변함없이 한결 같음이 훨씬 더 어려움을 몸으로 깨닫는 기회였다. 사람의 인품이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듯 보살의 훈습을 몸에 익히려면 100일 정진의 담금질은 평생 계속 되야 만 하리라.

100일 정진을 시작하면서는 내심 현재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픈 욕심을 앞세웠으나 날이 거듭되면서 더더욱 심사가 복잡해지고 흐트러지자 아내와 나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고 게으름에 대한 참회의 시간으로 의미를 갖자고 다짐하였고 그 후엔 한결 심사가 편하였던 것 같다.
서투른 100일 정진이었지만 나에게 남긴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본다.
그 첫째는 그 동안 운명과 업 타령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하였지만 무슨 일이든 100일만 하루도 빠짐없이 일념으로 노력한다면 이루지 못할 게 없으리라는 깨우침이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되며, 둘째 잠시나마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100일간 빠짐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였으며, 셋째 스트레칭(선기공), 108배, 좌선 등 하루 50여분간의 정진으로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며, 덤으로 부모가 정진하는 모습은 두 아들에게도 그 어떤 가르침 못지않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리라 사려된다.

위의 의미들이 꾸준하게 반복되다 보면 한풀 한풀 중생의 습을 벗고 나의 생각의 습관과 행동의 습관도 어느덧 보살을 닮아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사실 100일도 힘겨웠던 근기가 선사님 말씀처럼 '관에 못이 박히는 순간까지 정진해야 함'을 생각하면 더럭 자신이 없어진다. 허나 정진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숨쉬는 듯 편안하게 정진수행이 이어질 것이라 믿으며 더위가 가시는 대로 또다시 100일 정진을 기다려 본다.
그 동안 반야월보살, 혜련화보살, 그리고 혜일거사님의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에 감사 드리옵고 힘겨웁게 정진을 이어가며 나의 정진도 마무리하게 도와준 아내가 고맙고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