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곡선원을 3년을 다닌 후에야 비로소 수행을 앞세운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다짐과 함께 혼자서 108배를 100일 동안 해보리라고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 장소가 집이 되었건 선원이 되었건 매일같이 108배를 계속하였었는데, 한 달이 조금 지날 무렵에 갑자기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108배를 계속하여 100일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하루나 이틀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지를 고민하다가 100일 동안 반드시 끊이지 않고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를 쉬고 다시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번 쉰 것이 그 다음부터는 버릇이 되어버렸다. 결론적으로 나 홀로 정진이 100일을 채우지를 못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한 것도 도움이 되었는지 그 이후로 수행에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어졌다. 내 기억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 자신이 게으름을 피워서 법회나 만행을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도반들에게 알리고 공식적으로 백일정진을 하기 전에 며칠 동안은 고민 아닌 고민을 해야 했다. 그전에 나 홀로 하던 백일정진을 완성하지 못해서이다. 먼저 입으로 내뱉고 하는 백일 정진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면 이것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은 잠시 잠깐이었다. 제대로 된 백일정진을 완료하지 못한대서야 내가 무엇인들 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백일정진은 오히려 나에게 도전을 위한 기회처럼 생각되었다.

보름쯤을 넘어가는 순간에서는 감기가 찾아들었다. 나 홀로 하는 백일정진이었으면 당연히 하루나 이틀을 쉬다가 또 흐지부지 되었으리라만 이제는 사정이 달랐다. 움직일 수 있는 한 백일정진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것은 내 자존심의 마지노선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그 무엇보다도 백일정진을 앞세우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차츰 108배도 처음보다는 훨씬 하기가 수월해졌으며 이제는 그냥 일상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제 백일정진의 반을 넘어서는 이 시점에서는 왜 진작 백일 정진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또한 백일정진이 바로 “수행을 앞세운 생활”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각설하고 우곡선원을 다니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의 하나는 정진력을 앞세우고 가지 않으면 내 발전이 한계가 있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허송세월을 해서는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수행을 앞세운 생활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제 백일정진을 계기로 그 수행을 앞세운 생활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서 무엇보다도 기쁘다. 백일정진을 해서 무언가 소원을 성취하면 더욱 더 좋겠지만, 나는 이미 그 소원보다 더 귀한 것을 얻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 백일정진을 하면서 이때까지 느낀 바를 적어 보았습니다.
도반님들 설날 잘 보내십시오.  

 보명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