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기온이 꽤 선선하다. 처서는 벌써 지났고 추석도 열흘 남짓 남았으니 절기상으로도 충분히 그럴 때이다.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무덥고 후덥지근했던 열대야를 함께 부비고 지냈던 삼베를 걷어내고 얇은 이불로 바꾼지도 보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뚝 그쳤다. 뜨거운 햇살 내리쬐는 나른한 오후를 뒤흔들며 한낮의 적막을 깨부수는 매미소리가 들리면 비로소 나는 여름을 실감했다. 그것은 땀과 나른함으로 늘어져있는 나를 번쩍 깨워 일으키는 청량함으로, 때로는 한 해 여름 밖에 살 수 없는 아쉬움을 하소연하는 나름대로의 몸부림으로 들렸다. 매미가 성충이 되려면 7년에서 길게는 16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기다렸던 빛으로 나왔건만 주어진 것은 겨우 한 해 여름 뿐, 매미에게는 되돌아갈 작년도 없고 기대고 싶은 내년도 없다. 그러니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지금 다 쏟아내고 끝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리가 그렇게 우렁찼을까?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름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으로 각인되었다.
벌써 9월이다. 9월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나에게 한 해의 시작은 1월보다는 3월이 훨씬 현실적이다. 1월은 상징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인연들과의 만남은 대부분 3월에 있다. 그리고 9월은 그들과 엮어 가는 삶에서 보여주고 들켰던 부족함과 방만함을 반성하고 보충하라는 의미에서 다시 한번 주어지는 기회로서의 시작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얘기 소리가 아직도 남아있는 오후,
교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도 '쑥' 높아졌다.
하늘을 널어놓은 장대가 여름 비 맞고 그 새 저렇게 자랐나?
아이들은 가고 없어도 아이들의 부산한 움직임은 파란 하늘 밑 운동장에 부스럭부스럭 남아있고 아이들은 가고 없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텅 빈 교실 바닥을 떼구르르르 굴러 다닌다.
9월이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순간순간 새롭고 다시 태어나듯 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무디고 아둔한 중생이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지난 여름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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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새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