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앞둔 큰아들 해정(海淨)....
보살과 해정은 서울에 방을 얻으러 가야한다고 말하는데 미루고만 있다가 새해 첫 서울법회가 폭설로 인해 법회를 열지 못하고 이번 화요일이 법회라서 겸사겸사 해정 방도 얻어주고 가까운 지인 얼굴도 보고 우리 선원 안내도 할 겸 상경을 하였다.

서울역 가까운 식당에 들러 해장국으로 점심공양을 하고 택시를 탔다.
학교 가까운 안암역으로 가는데 평일인데도 거리의 차들이 밀리니 오늘 서울과의 만남이 답답하고 열이 난다.
올 한해의 날씨는 대체적으로 따뜻하다고 매스컴에서 하더니 거의 재해 수준의 폭설과 추위로 길가에 밀쳐놓은 눈들이 녹지않고 있다가...오늘 봄날처럼 따스한 기온으로 올라가니 거리도 차들도 온통 흙탕물이 틔어 지저분하다.

비나 많이 확 내렸으면.. 도로의 차들도 거리도 깨끗해질텐데...차가 좀 시원하게 쭉쭉 달렸으면 하는 두 생각 밖에 없다.
안암역에 도착하여 해정이 다니는 학교에 들어서니 사람 다니는 길 외에 캠퍼스는 아직도 많은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해정은 학교건물들을 설명하는데 학교는 다음에 오고 방부터 구하자며 한 두곳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군대 가기 전, 학교와 너무 가까워 안 좋았다며 해정이 학교와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잔다. 미리 뽑아온 주소와 사진 프린트물을 보며 그곳으로 가 보았다. 여기는 가스, 전기료 따로고 건물도 깨끗하며 역바로 옆이고 안내하는 사람도 좋다. 여기가 좋다 하니 해정도 만족이란다. 계약하자니 서울까지 왔는데 한 두곳 더 가보자며 국민대 방향으로 둘이서 택시를 탔다. 엄청 차가 밀린다. 또 답답하고 열이 난다. 목적지 도착, 신축건물인데 여기는 더 비싸다. 방은 거의 비슷한데 주위도 환경도 조망도 왠지 편안하지가 않다.

낮에 서울선원에서 저녁공양은 선원에 와서 하라며 전화가 왔었다. 한시간 정도 소요되리라 생각하였는데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니 생각보다 빨리 선원에 올수 있었다. 공양은 뷔폐식이란다.
두 보살님의 정성이 깃든 여러가지 맛있는 반찬과 국으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오시는 거사님마다 자연스럽게 접시를 들고 공양방으로 오시기에 약간 의아 했다. 부산법회에는 아직 공양을 안하는데....

8시가 가까워져가고 부산서 올라오기 전 친구,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동생, 처남 몇명에게 연락 하였더니 두명은 못오고 동생과 처남이 하얏트 앞에서 만나 선원으로 안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한명은 선약이 있어 가고 처남은 증도가 설법을 듣고 야단법석을 마치니 11시가 가까워진다. 대부분 도반님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부산은 오와 열을 맟춰 설법을 듣고 야단법석때만 원형으로 둘러앉아 하는데 나 자신 법회효율은 야단법석처럼 원형으로 둘러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울, 일산, 인천, 경기 멀리서 오시기에 선원에서 공양을 하시고 또 야단법석도 간결하게 하시고 돌아가기에 왠지 섭섭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교차 되었다.

대부분 도반님들이 돌아가고 몇분 도반님은 선사님께 상담을 하시다 12시가 넘어서야 선사님께서 귀가 하시고 나도 정리 후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잠들었는데 휴대폰을 보니 5시다. 좀더 누웠다 일어나니 6시다. 간단한 세면후 108정진 및 좌선 후 책을 보고 있으니 보살님이 아침 공양을 하란다. 공양 후 커피를 한잔 마시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서울의 산을 가고 싶다니 상세히 약도와 위치를 일러 주셨다. 택시와 지하철을 타고 와룡공원 도착, 바닥에 쌓인 눈위에 비가 내리니 상당히 미끄럽고 철버덕 거려 조심스럽다. 흰색 일회용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숙정문을 지나니 전부 계단이다.

조금씩 내리는 비가 우산에 뚝뚝 떨어지는 소리와 나의 발자국소리 가끔 들려오는 새소리 아무생각없이 처음 오르는 미지의 길.....
70~100미터 정도마다 전경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내가 먼저 "수고하십니다." 인사하니 놀라는 눈치다. 수고하십니다 하면 모두가 "네- " 하나같이 한마디 뿐이다.
창의문 가기 전 보초 전경에게 수고 하십니다 하니 "예 조심해서 내려가십시요." 한다.
왜 그말이 그렇게 가슴 깊이 까지 새겨 들리는지 내 가진것 모두 주고 싶은 마음이다.
가진 것 먹을 것이라곤 보살님이 싸주신 약밥 한줄, 보온병유자차, 영양갱 한개 밖에 없는데........

그래 미안하지만 마음으로 주고 터벅터벅 내려가니 무전기를 든 고참인지 .............
대뜸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이곳까지 왔느냐며 묻는다. 아무튼 기분이 참 좋다.

스스로 비춰보면 선원 인연 전에는 누구누구와 어디서 어떤 술을 먹은 하찮은 이야기 뿐이었는데 ....이젠 가는 곳 그 지역의 산을 만행하고 싶고...이 순간도 만행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 대견하기도하다. 짧은 1박2일의 시간이 내 자신의 내면 속에 알찬 추억의 시간으로 남으리라.

선사님.
서울도반님.
보살님 모두 감사드리며 바라시는 소망 이루시길 빕니다.

묘향(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