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보왕삼매론)
첫 백일정진 입재. 실천하기까지 내면의 수많은 갈등과 난관을 극복하기도 어렵거니와 정진 중 기쁨, 슬픔, 여러가지 경계와 과정들...
이제 매일 정진하지 않으면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지난 7월 백일정진 입재는 소원, 희망 등 바라는 일들이 시원하게 팍팍 물길이 열리듯 열렸으면 하는 서원과 욕심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사업 중 직원의 변한 모습, 최고의 매출 기록 등등...
정말 스스로 놀라는 큰 변화다.
정진 중 스스로 놀라는 큰 변화다.

지난 53기 참선교육에는 대구에 사는 막내동생이 몇 번의 설득 끝에 동참했다. 동생은 제수씨, 어린조카까지 데리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참선교육을 잘 회향하였으며 금정산 만행이 마지막 일정으로 남았었다.

만행일정이 정해지기 전부터 고향의 부친께서는 몇 번이나 벌초에 와야한다고 성화셨다.
내 마음은 벌써 만행에 동참되어 있는데...
1년에 한 번하는 벌초가 멀리 있는 일가친척 만나 얼굴 보는 날이다.
명절이래야 어른이 도시로 자식 찾아가는 시절이니...
해마다 벌초 참석인원이 30여명이나 된다.

벌초 이틀 앞둔 금요일 이른 새벽 고향집을 방문하니
부친께서 ‘일요일이 벌초인데 왜 왔느냐’
그냥 한번 빠져버리면 되는데...80연세 아버지 마음 바꾸는게 큰 관건이었다.

‘일요일 벌초 참석 못하는데 30여명 모든 사람 불평불만 없게끔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신다.
정진 때 108배하며 간절히 원하니 방법이 나왔다.
미리 고향집가까이 모셔져 있는 조부모 산소에 참배하고 기분 좋게 부산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일과를 마치고 수퍼에 들러 생탁막걸리와 종이컵50개, 안주꺼리를 사고 생탁은 회사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
일요일 아침 새벽에 고향 성묘 가는 아저씨 편으로 참석치 못해 죄송하다며 준비물과 약간의 금일봉을 전하였다.

몇 일 후, 내가 자리를 비우고 없을 때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아저씨께서 반야문(내자)에게 '생탁 막걸리가 꿀맛같아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 재근(묘향)이가 이번 벌초에 한 일이 우리 집안에 기준이 되었다' 하셨다.

참석이 원칙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치 못할경우 금일봉과 한잔씩 돌아갈 시원한 생탁, 안주가 벌칙이 아닌 원칙으로 결정되었단다.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도 추석에 오셔서 몇 번이나 잘했다고 칭찬을 하셨다.
정진 중 간절히 원하며 지혜를 구했더니 실천으로 이어졌나보다.

추석 전 집안일로 중국을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추석날 떠나야하는데, 비자 신청 후, 제날짜에 찾으러 갔더니 접수증이 없어 안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개금동에서 해운대 중국영사관을 몇 번이나 오가며 사정도, 애원도해보고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안되어 하는 수 없이 비행기표 해약하고 일주일 뒤 10일로 다시 예약을 마쳤다.

이름, 주민번호, 주소를 컴퓨터에 입력해보면 되지 않느냐?
항의하니 접수증의 바코드가 있어야 찾을 수 있단다.
오늘이 9월 30일인데 오늘 비자를 못 찾으면 중국광복 60주년 기념일이라 일주일 휴무니 10월 8일날 찾으러 오란다.
미칠 지경이다.
내가 접수증을 잃어버린 잘못은 인정한다.

그러나
여기가 수퍼마켓인가?
비자 비용도 비싸고
대한민국 사람이 물건인가?
니는 한국사람 아이가?
컴퓨터 앞에 두고 접수증이 없어 일주일 뒤에 오라니
시스템을 개선하든지? 마 컴퓨터 때리 뿌사라.
아가씨 아버지, 오빠가 와도 규정 규정 되풀이 할기가!
영사관 나오라고 해라!

많은 사람들의 동작이 정지되고.
사소한 조그마한 것도 정말 메모하고 잘 챙긴다고 자부하는데 이상하게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접수증은 받은 기억도 나지 않으니 귀신 곡할 노릇이다.
그래서 일주일 늦은 10일 출국 17일날 무사히 다녀왔다.
소승법사님 왈 “불보살이 목요일 정기법회 선사님 증도가 설법 듣고 가라고 하는갑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혈연, 가족이라는 인연 중에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 제매 세명이 있는데, 중국에서 저녁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다함께 모여 앉아 웃고 정을 나눈 시간들이 진하게 짠하게 가슴가득 영원히 남으리라.

더 더욱 내실있게 시간과 세월을 낭비하지 않은 수행정진을 일상으로 살아 가리가 다짐합니다. 우매한 중생에게 늘 법비를 듬뿍 뿌려주시건만 우매한 중생 선방문 나갈 때 다 놓고 가라는 말씀,
꼭 간직해야 할 실생활에 응용해야 할것까지 다 놓고 가는 중생입니다.

선사님
도반님
사랑합니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백일정진을 회향하며...

妙香(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