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心으로 가는 나그네
이름 : 般若月 작성일 : 200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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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일렁인다. 거친 파도가 대양을 가른다.
작은 배, 가랑잎처럼 흔들거린다.
조각배는 사투를 벌인다.
큰 파도가 인다.  
작은 배 거친 파도너머로 사라지고,
곧이어 큰배
마구 출렁이며 파도와 숨바꼭질한다.

배들은 바다가 고향이다.
배는 주어진 항로로 가야만 한다.  
파도에 지친 뱃사공의 원망이 바다를 향하여 쏟아진다.
연이어 먹구름 같은 業 피어올라
하늘과 바다를 뒤덮는다.

거친 풍랑으로 바다와 배는 서로 힘겨워한다.
탐욕과 집착이
마음의 바다를 휘젓기 때문이다.

태양이 중천에 오를 때 즈음
차츰
바람은 잠들고
바다는 고요로 복귀한다.

물빛 푸르고, 항로는 쾌청하다.
배와 파도는 뚜렷하나 다투지 않는다.

배들은 순항한다.
그러나
배는 지난 거친 파도를 원망하고
바다는
유유히 홀로 가는 배를 질시한다.

고요는 맑음을 불러들인다.
더불어 보이는 것 만큼
바다와 배는 갈등의 골을 이룬다
세상은 대법(對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는 말없이 흐르고
인고가 농익어
오고 감이 저절로 임을 깨달을 때

파도와 배는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
파도와 배는 同根이고
시대의 동반자였음을 깨닫는다.

맑고 익은 고요 무너지지 않으면  
處處가 無心의 化身이고
나는 길을 걷는 나그네였음을 체득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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