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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자등명 법등명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불법을 알아온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그러나 나의 수행역사는 꽤 번거로운 편이었다.
한때 내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고자 고등학교 때는 잠시 포교당에도 다녀보고, 교회에도 다녀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불교를 접하게 된 계기는 계속되는 내 삶의 주변 문제와 재수의 실패로 원치 않던 진학으로 의기소침해 하던 대학생활을 통해서이다. 386세대로서 아직까지 어둡고 혼란스럽던 시대를 보내며 무미건조한 학교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가 불교 학생회 활동이었다. 그러다가 참선과 도의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대학 선배를 알게 되면서였다. 그는 뛰어난 학문적 소양과 의학적 식견과 무술 등 이런 것들로 인해 한때는 우상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선배와 대학 2년여를 같이 생활하며 보내는 동안 많은 것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방학 때면 지리산 또는 한적한 계곡에서 방학을 보내기도 하며 불교 경전, 사상의학, 역학, 수리철학, 천선정리, 우리 민족 고대사, 천부경, 삼일신고 등에 대해서도 조금씩 공부했다. 그 당시에는 머리로서 이해가 먼저 따르지 않고는 공부를 막연히 무조건 따라 할 수가 없었는지라 근원을 살펴보고자 되도록 멀리 하라는 책을 찾아가며 숱한 책들을 보게 되었다. 개론적 수준에서 여러 종류의 선과 관련된 불서를 비롯하여 노장 사상, 도가 또는 선가류의 여러 책들, 한의학, 라즈니쉬, 일본 변역류의 불서, 심리학,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접목시킨 불교 사상, 동서양 철학, 신흥 민족 종교, 그리고 호흡법에 관한 것은 지식적으로는 거의 모든 것을 조금씩은 접해보았다.
대불련 활동을 통해서는 방학중 해인사 수련회에도 참가 해 보고, 승가 생활의 여러 단면들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상 묘법 연화경(법화경)에 정통하다는 스님이 계신 곳에서 잠시나마 짧은 생활도 해보았다.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는 세속의 모든 반연을 정리하고 출가하여 본격적으로 행과 체험이 따르는 공부를 해보고자 전전긍긍하던 차에 인터넷으로 불교관련 사이트들을 찾게되었다. 여러 불교 관련 사이트를 전전하던 중에 조계종이나 다른 종단의 이름을 앞세우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흔히 볼 수 있는 시중의 잡다한 수련단체도 아닌 우곡선원의 불교철학론을 접하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많아 그날 밤이 새도록 법문을 모두 읽어보게 되었다. 불경의 내용을 거의 인용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문제점을 투철하게 직시하며 시대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로 바른 해법을 제시하는 내용에 많은 감동을 느끼고 "속"에서의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을 하고 주말에 당장 우곡 선원을 찾아가 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여 우곡 참선교실 1기생 교육 중간에 등록하여 지금까지 우곡선원의 학인으로 지내오고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한 생활에 오래 젖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 우곡선원에서의 수행생활이 쉽게 내 몸과 마음에 빨리 와닿지 않았지만 선사님과 여러 도반님들의 격려와 충고 속에 조금씩 조금씩 내 자신을 추스려 가고 있다. 일 주일에 한 번 있는 법회지만 거의 빠짐없이 꼬박꼬박 참석하여 법문을 듣고 토론을 하였고, 명산대찰을 순방하면서 이치를 섭렵하는 만행에도 종종 동참하였다.
지금까지 우곡선원 입문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느낀점들을 정리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는 있었지만 일상생활과 불교 그리고 선이 별개가 아니며 승과 속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러 선배 도반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으며 건실하게 현실에 발을 디디고 당당하게 중심잡힌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곧 깨달음이요, 다음 단계를 넘는 첩경임을 알게되었다. 이 공부가 거시기(초능력이나 도사)가 되 보겠다는 것도 아니며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기에 긍정심과 만상을 수용하는 자세로 자연법을 익혀 참 사람으로 거듭나 더욱 밝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마음 공부는 많이 알고 적게 알고를 따지는 것도 아니며,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는 공부가 아니다. 내가 배울 것이 있다면 누구라도 엎드려 삼배드리며 하심하는 마음으로 그릇을 비워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며, 이때까지 내가 알아왔던 정리되지 않은 잡다한 지식들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업식을 양산하여 마음 공부를 가로막은 장애물인 줄은 공부를 배워가며 더욱 느끼게 되었다.
제방에는 가르침을 위해 여러 방편들을 동원하지만 이것 역시 언젠가는 버려야 할 것임을 알기에 어느 것에도 끄달림 없는 중심잡힌 삶을 살다 죽을 수 있는, 참 나를 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원하며, 다시 한번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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